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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맥 못춘 OCI홀딩스 주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이례적 '공동 경영'에도 3거래일 하락...OCI홀딩스 재무부담 등 반영

정명섭 기자공개 2024-01-19 07:30:3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1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OCI홀딩스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입니다.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과 통합 소식을 발표한 이후 첫 영업일이었던 15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04% 떨어진 10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전일 대비 786%나 늘어난 66만4054건. 평소 OCI홀딩스 주식의 거래량이 20만건을 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관심이었습니다.

16일엔 주가 하락 폭이 더 컸습니다. 전일 대비 7.47% 떨어져 9만6800원에 장마감했습니다. OCI홀딩스 주가가 10만원 밑(종가 기준)으로 떨어진 건 한달여 만입니다. 이같은 흐름은 3영업일인 17일에도 이어졌네요. 이날 종가는 3.51% 하락한 9만3400원이었습니다.

새해부터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OCI홀딩스 주가는 태양광 설치 수요 증가와 순현금 기업으로의 전환 등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실제로 이달 2일 10만55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11일 한때 11만6400원까지 올랐었죠. 그러나 15일을 기점으로 상승분을 반납한 것을 넘어 지지선들이 차례로 무너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일주일(1월 11~17일)간 OCI홀딩스 주가 흐름

◇Industry & Event

트리거는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전례 없는 공동 경영 선언입니다. 두 그룹은 지난 12일 오후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을 통합한다고 발표했죠.

OCI홀딩스가 총 7703억원을 들여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하고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측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합니다.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과 OCI 계열을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화학·태양광 소재 사업을, 임 사장은 제약·바이오 사업을 맡는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한다고 합니다. 통합 지주사가 되는 OCI홀딩스는 두 그룹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사명으로 간판을 바꿀 예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82개 그룹(2023년 기준) 중 다른 오너가와 그룹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이번 통합이 재계에서 특이한 사례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OCI홀딩스는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미약품 측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신약 연구개발(R&D)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OCI홀딩스는 이번 그룹 통합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OCI홀딩스 주가흐름만 보면 투자자들은 통합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를 더 많이 하는 모양입니다. 우선 두 그룹이 지분을 섞는 과정에서 OCI홀딩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 점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유상증자 시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가 늘어 주주들의 지분 기차기 희석됩니다.

SK이노베이션과 CJ CGV도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이후 주가가 내려갔었죠. 물론 OCI홀딩스의 유상증자와 목적이 다르지만 유증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재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사업군이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인수 주체인 OCI홀딩스 측의 재무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가 하락을 불러온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 경영 체제가 지속가능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지요. 가족 경영조차 의견 다툼이나 경영권 분쟁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Market View

이번 통합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긍정적입니다. OCI홀딩스가 제약·바이오 사업을 강화해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견이 모입니다.

OCI홀딩스의 기업가치는 그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과 그 원재료인 메탈실리콘 가격에 따라 움직여왔죠. 변동성이 높은 사업이 주력이다 보니 OCI홀딩스는 시장으로부터 늘 저평가를 받았습니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주가 전망은 엇갈렸습니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공동 경영을 선언한 이후 리포트(OCI홀딩스 측)를 발표한 증권사는 5곳입니다. 이 중 목표주가 유지는 3곳, 상향과 하향 조정은 각각 1곳이었습니다.

목표주가를 유일하게 낮춘(14만원→13만9000원) 키움증권은 6개월 내에 기업가치가 개선될 여지가 불확실하다고 봤습니다. OCI홀딩스의 유상증자로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점을 언급했고 이종사업간 시너지 효과와 수익성 개선이 이른 시간 내에 가시화되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공동 경영체제가 'EV(주식 시가총액과 순부채의 총합)'에 개선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목표주가를 올린 DB금융투자의 의견은 어땠을까요. 의외로 한미사이언스 인수는 '논외'였습니다. 미국 중심의 태양광 설치 수요 반등으로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요가 늘어나면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OCIMSB의 수익성이 커질 것이란 점에 더 주목했습니다. 다만 이번 통합의 경우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 요인이므로 비중확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Keyman & Comments

OCI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황영민 부사장입니다. OCI가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던 작년 3월 경영지원 부사장으로 OCI에 합류했습니다. 일반적으로 CFO가 공시책임자인 것과 달리 OCI홀딩스는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이제영 전무가 IR 업무를 총괄합니다. 이 전무는 작년 6월 CSO에 부임한 이후 이 회장을 대신해 IR 행사를 이끌어왔습니다.

두 임원에게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통합 작업이 완료되기 전까지 대외에 어떠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회장이 최근 복수의 매체와 인터뷰하는 등 공식 스피커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하네요.

대신 IR 업무를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팀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가치 희석 외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 좋지 않았던 코스피 시황 등을 주가 하락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제약사업을 확대한 OCI홀딩스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거나 비중을 낮추는 '조정'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OCI홀딩스 관계자의 추측입니다.

두 그룹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선 "OCI홀딩스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사업 노하우는 한미약품그룹 측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가 부양 계획을 묻자 "일단 이번 딜을 잘 마무리해야겠죠"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한미약품그룹 계열사 실적이 편입되면 신주 발행 이상의 EPS(주당순이익) 가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애널리스트도 있었다"며 이번 통합을 더 지켜봐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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