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07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 팀장들이 '블라인드'로 인해 인사고과에 문제가 생기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던데 실무진의 콧대가 점차 높아지겠죠."최근 만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 심사 지연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심사 지연은 예비 상장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 중 하나다. 미승인이나 심사 철회는 차라리 낫다. 최악은 신청만 넣은 채 수개월 동안 거래소의 '대답'을 기다리는 일이다.
심사 지연 문제를 지적하면서 '블라인드'가 나온 까닭은 뭘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가 상장 심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사고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팀장급 인력들이 실무진에게 빠른 심사를 독려하기 어려운 분위기란 지적이다.
실제로 블라인드와 거래소 사내 문화의 변화 간의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IB들이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상황 자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다 하다 블라인드 탓을 할 만큼 심사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여서다.
거래소의 심사 통과를 위해 수개월에 걸쳐 대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각 심사역의 요구에 맞춰 정정한 후에도 오랜 기간 대기하는 게 공모 기업과 IB가 마주한 현실이다. 심하면 1년간 심사를 대기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조달을 위해 IPO를 택했단 점이다. 증시 입성 과정이 길어질수록 동시에 외부 조달 없이 자체적인 현금으로 버텨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의미다. 거래소의 상장 심사 절차 중 자본금 변동이 금물이다.
거래소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퇴사자가 늘어난 가운데 IPO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며 예비 상장 기업이 급증했다. 일감이 몰리다 보니 심사 지연도 늘어난 측면이 크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예비 상장사 및 증권사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심사 지연에 대한 의견을 IB들에게 물어보면 너나 할 것 없이 '기약 있는' 기다림을 원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사 시기와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대략적으로나마 고지해 주면 사전에 대비가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한국거래소와 상장 주관사는 사실 동반자에 가까운 관계다. 대규모 인사가 있을 때면 거래소 심사 관계자들과 증권사 실무진이 '상견례'를 하기도 한다. 좋은 기업을 보다 나은 여건에서 상장시킨다는 목적이 같기 때문이다. 상장 실무를 맡은 심사역들이 이런 목적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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