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주류업체 생존기]상폐 위기 극복한 국순당, 엔데믹으로 다시금 '주춤'①코로나 기간 매년 가파른 성장,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40% 감소
김혜중 기자공개 2024-01-30 13:44:28
[편집자주]
국내 주류업계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을 중심으로 입지를 구축한 중소주류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내수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주류 트렌드의 빠른 변화 등으로 중소업체들의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저마다 해외 시장 진출,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주류업체들이 처한 현 상황을 들여다보고 향후 전략 등 전반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5일 10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은 배상면 명예회장이 1970년 세운 '한국미생물공업연구소'에서 시작됐다. 1983년 '배한산업'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전통주 개발에 나섰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 백세주와 막걸리 열풍으로 전성기를 맞았고 주류 시장에서의 두각을 드러냈다.그러다 2015년 '가짜 백수오 사태'가 발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적자 기조가 이어지자 비용 절감에 나섰고 , 2020년 결국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트렌드의 수혜로 실적 호전이 지속되다가 엔데믹 후 주류 트렌드가 변화하며 다시금 실적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짜 백수오 파동'이 몰고 온 상폐 위기, 비용통제로 극복
국내 대표 전통주 제조기업 국순당은 '가짜 백수오 사태'로 2015년 변곡점을 맞이했다. 당시 한국소비자원이 원료 진위여부를 조사한 결과 가짜 백수오로 알려진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와 외형은 유사하나 값이 싸고 부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국순당은 문제가 된 제품을 폐기하고 백세주 제품을 시장에서 거둬들였지만 논란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2015년 국순당의 매출은 7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이후 5년간 매출액은 꾸준히 감소했고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영업적자가 지속되자 한국거래소는 국순당을 관리대상종목으로 지정했다. 2019년까지 적자를 기록하자 상장폐지가 우려된다며 주식 거래를 정지하기도 했다.
다행히 국순당은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관리대상종목에서 벗어났다. 영업이익 46억원을 기록하며 가짜 백수오 파동 이전인 2014년 영업이익보다도 더 많은 흑자를 냈다. 다만 매출액은 5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매출 증대에 따른 흑자가 아닌 비용통제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효율화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 국순당의 매출원가율은 54.7%로 전년 동기 대비 7.8%p 감소했다. 판매관리비는 196억원으로 25.7%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매출원가의 경우 원재료 매입액 자체를 줄였다. 2020년 포장재료와 원·부재료 매입액 총액은 105억원으로 2019년 132억원에 비해 20.4% 감소했다. 판매관리비에서는 급여, 복리후생비와 접대비, 광고선전비 지출을 줄이며 비용통제를 강화했다.
◇코로나 '홈술' 수혜 실적 호전, 엔데믹 후엔 ‘글쎄’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국순당은 이후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2020년 529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652억원, 746억원을 기록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5억원과 91억원으로 함께 증가했다.

비용통제가 아닌 매출 증대로 인한 수익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백수오 파동을 극복하기 위해 줄였던 판매관리비용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229억원, 269억원으로 늘어났다. 2020년 비용통제로 줄였던 항목인 급여와 복리후생비, 접대비, 광고선전비 등을 다시 늘리면서 사업 구조를 정상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국순당의 총 직원 수는 234명이었으나 2022년 말 기준 252명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주류 트렌드의 변화가 국순당의 실적을 견인했다고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기간동안 '홈술'과 '혼술'이 대중화되면서 소주 외의 다양한 주종이 인기를 끌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저도주와 프리미엄 제품이 선택을 받았고 막걸리 역시 그 영향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엔데믹을 기점으로 흐름이 꺾였다는 점이다. 엔데믹 이후 주류 트렌드가 다시금 변하면서 국순당의 실적도 주춤하고 있다. 작년 3분기(누적) 기준 국순당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37억원, 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8%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40.4%나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우선 젊은 층 사이에서 위스키 열풍이 불며 막걸리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을 이유로 바라봤다. 또한 고물가로 인해 국순당의 실적을 견인했던 프리미엄 막걸리보다는 소주 등 중저가 주류 위주로 소비가 진행된 영향도 컸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에는 혼술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다양한 주종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프리미엄 막걸리 등이 젊은 층의 선택을 받았다"며 "엔데믹 후에는 물가 등을 고려할 때 중저가 주류 위주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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