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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공모채 오기재, '캡티브발' 주관사단 대형화 여파? 10여 곳 이상 선정 수두룩…기반 약한 하우스, 업무 과부하

양정우 기자공개 2024-02-01 13:08:31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의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이 철회되면서 IB업계에서는 그 배경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리가 잘못 기재된 건 단순 오기로 치부하기엔 무게감이 큰 사안이다.

공모채 주관사단의 대형화 추세를 근원적 원인으로 진단하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이번 공모채는 주관사가 3곳에 불과했으나 쏟아지는 딜마다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는 탓에 조직이나 업력이 미흡한 하우스는 업무 과부하에 걸릴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 공모채, 이례적 철회 수순…오기재, 구조적 이슈 초점

최근 한화는 투자설명서 정정공시를 내고 지난 25일 증권신고서에 금리를 잘못 기재한 데 따라 청약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요예측 결과로 결정된 금리와 차이가 발생한 탓이다.

한화는 대표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을 선정하고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수요예측을 통해 확정된 발행금리는 2년물(249-1회·1030억원) 연 4.380%, 3년물(249-2회·1470억원) 연 4.484%였으나 처음 제출된 증권신고서엔 각각 4.506%, 4.682%로 오기재됐다.

IB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본다. 무엇보다 발행사와 주관사 측에서 청약이 이뤄지는 26일 기재 오류를 인지한 후 수정에 나섰지만 금융 당국이 정정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 청약 전날까지만 정정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슈어 입장에서는 발행 자체가 무산되는 피해를 받았다.

오기재 이슈가 불거진 배경엔 근래 회사채 시장의 트렌드인 주관사단 대형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화의 경우 주관사가 3곳에 불과했으나 연초 회사채 발행이 쏟아지는 가운데 10여 곳의 증권사를 총동원한 이슈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채자본시장(DCM)의 터줏대감인 증권사가 아닌 중견 내지 중소형사의 업무 여건이다. 대형사의 경우 오랜 기간 조직 인프라와 업무 시스템을 구축해온 데다 인력 규모나 업력 등이 단기간 쏟아지는 딜을 순탄하게 소화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대형화 추세 속에 갑자기 많은 딜을 숨가쁘게 처리해야 하는 하우스는 아무래도 업무 피로도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건설 공모채의 경우 주관 내지 인수에 관여한 증권사는 총 9곳에 달했다. 주관사단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등이 선정됐고 인수단으로는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삼성증권 등이 합류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도 적게는 6곳, 많게는 8곳의 대표주관사를 쓰고 있다. 인수단까지 감안하면 10곳 이상의 증권사가 공모채 발행에 참여하고 있다. 가장 많은 주관사단을 꾸린 건 롯데지주였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6곳, 인수단은 IBK투자증권, 부국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8곳으로 나타났다.


◇이슈어마다 주관사단 대형사 무게…회사채 캡티브 영업도 한몫

주관사단 대형화는 주로 DCM 시장이 침체 분위기에 놓였을 때 트렌드로 부상한다. 커버리지 스킨십이 강했던 1~3곳 가량을 선별해 맡겼던 주관 업무를 다수 IB에 골고루 맡기는 추세다. 외형상 촘촘한 기관 마케팅과 세일즈를 통해 공모 흥행 극대화를 노리는 것이다.

근래엔 이런 시장 여건뿐 아니라 증권사의 캡티브 영업이 주관사단 대형화 흐름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캡티브 영업은 증권사가 회사채 주관 딜을 따낼 때 보험사, 자산운용사, 종금사, 캐피탈사 등 계열사 참여를 약속해 수임을 따내는 방식을 뜻한다. 주관사나 인수사로 이름을 올리는 대신 인수하지 않는 트렌치에 대해 고유 혹은 리테일 계정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진 뒤로 이런 영업 행태가 심화되고 있다. 투자자 모집에 대한 부담이 커진 이슈어의 입장과 치열한 주관 경쟁에서 생존하려는 증권사의 니즈가 일치한 탓에 대세 흐름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몇몇 발행사는 증권사를 상대로 공공연하게 캡티브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캡티브 영업의 경우 기존 강자보다는 주로 신규 진입자의 당근책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발행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대형화 추세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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