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06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xAI가 국내 기관 투자자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베인앤컴퍼니 출신이 설립한 국내 투자사가 투자자 모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자기자본투자(PI) 파트에서도 xAI의 투자 건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다만 투자 매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머스크'와 '인공지능(AI)'이라는 글로벌 투자시장의 '핫'한 키워드가 조합된 딜이지만 펀딩의 기준점인 기업가치가 10조원 대에 달해 부담스럽다는 시각도 나온다.

◇xAI 투자 기회, 금투업계 이목 집중…10조 밸류, 투자자 장고

6일 IB업계에 따르면 국내 A 투자사는 xAI에 투자하고자 투자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약 800억원 규모로 펀드레이징을 마친 후 공동 운용(co-GP) 형태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이 신기술조합이 곧바로 xAI의 에퀴티를 인수하는 건 아니다. 신기술조합과 xAI 사이에 연결고리인 핵심 펀드가 하나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자의 자금을 담은 신기술조합은 xAI의 지분 투자를 주도하는 글로벌 메인 펀드의 출자자(LP)로서 투자에 참여하는 구조다. xAI가 글로벌 시장 전역을 상대로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이중 구조로 딜이 설계된 것으로 관측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 PI 파트에서도 이번 딜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800억원 가량의 펀딩 액수를 모두 모집해야 메인 펀드의 LP로 참여하는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투자사는 베인앤컴퍼니 출신 인사가 세웠기에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딜을 확보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00억원 안팎을 모집하면서 내세운 기업가치 기준은 80억~130억달러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로 환산할 경우 10조~17조원 수준에 이른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글로벌 기업마다 잭팟을 터뜨리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리즈 A 단계에서 이미 10조원 대 밸류가 책정된 스타트업에 투자를 벌여야 하기에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로 인공지능 돌풍을 일으킨 오픈AI의 경우 기업가치가 860억달러(약 117조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몸값은 300억달러 미만이었지만 1년여 만에 밸류가 3배 가까이 폭등했다. 여러 기업이 챗GPT를 채택하면서 오픈AI의 연간 매출액은 곧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매력 의견, '머스크 회사 vs 몸값 부담'…오픈AI 딜, 증권사 검토 이력

다만 이번 딜에 관심을 가진 기관 투자자마다 투자에 뛰어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10조원 대로 책정된 밸류뿐 아니라 미국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국내 시장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국내처럼 시리즈 A~C 등 몇 차례의 투자 유치 뒤 상장에 나서는 기업이 드물다.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자금 확충을 시도한다. 결과적으로 초기 투자에 나선 주주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투자 참여에 나서지 않을 경우 지분율이 계속 희석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때 기업가치가 훨씬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 희석 리스크는 사라진다.

반대로 투자 매력에 후한 점수를 주는 시각도 나온다. 과거 오픈AI 투자 건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오픈AI 에퀴티는 지난해 5월부터 국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차례 출회됐었다. 메인 투자 펀드의 유동화(셀다운) 물량이 국내 시장에 풀렸던 것이다.

당시 국내 A 운용사는 대형 증권사로부터 수백만달러를 출자받아 총 10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오픈AI 지분을 매입하는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투자 논의를 벌였던 시점에 오픈AI의 밸류는 50조원선(약 400억달러)이었으나 최근 기업가치는 그 2배가 넘는 116조원(860억달러)로 훨쩍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