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1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유상증자 딜들의 성격은 작년과는 다릅니다. 사업투자 목적 보단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기업들로 붐빌겁니다."최근 만난 대형 증권사 IB헤드는 올해 유증 시장을 주목하면서도 걱정스런 감정을 드러냈다. 작년과는 딜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말에선 책임감도 묻어났다.
작년 국내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는 건 유상증자 시장이었다. SK이노베이션, 한화오션 등 굵직한 유증 딜의 존재감으로 기업공개(IPO)의 공백을 채워 나갔다.
긍정적이었던 건 다수 기업이 투자비용 파이낸싱 차원에서 유증 시장을 찾았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증 금액의 70% 이상을 미래 에너지 투자와 연구·개발(R&D)에, 한화오션은 해외 해양방산 생산거점 개발 자금으로 썼다. '고금리' 장기화 영향에 은행 대출금리 대신 자본시장을 찾아 비용을 절감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젠 정말 재무 상황이 어려운 기업들 위주로 유증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제조업만 만하더라도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연간 생산이 2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올들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금리 여파로 위축된 소비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도 유증을 검토 중이다. 2020년만 해도 AA급이었던 신용등급이 A0까지 떨어지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작년엔 사모채를 통해 자금을 끌어오기도 했지만 어느덧 금리는 7%대까지 올라갔다.
고금리 여파로 그나마 활황을 띄던 메자닌 조달 여건도 만만치 않다. 우량도가 낮아 이미 전환사채(CB)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온 기업들도 금리 부담에 유상증자가 불가피해졌다.
증권사 IB들에겐 기회다. 존재감이 부각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ECM 상위권 하우스들은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일진전기, 진원생명과학, 알체라 등 다수의 유증 딜 주관을 맡으며 기로에 선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히 NH증권은 연초 굵직한 유증 딜 파트너 지위를 모두 잡은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공모액 1조3600억원), 대한전선(5258억원) 등의 주관사로도 낙점됐다. 2018, 2019, 2022 유증 리그테이블 주관순위 1위 하우스의 저력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유증은 올해 ECM 순위 가늠의 중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IPO 빅딜이 드문 상황 속에서 조 단위 유증을 거머쥐는 증권사가 최상위권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유증 1위인 한국투자증권이 ECM 주관 1위를 차지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에게 최적의 자금 조달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고심하는 증권사 IB파트의 올해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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