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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밸류업 프로그램, 기업 자금조달 솔루션 변화줄까유형 따라 PER·ROE 등 핵심 지표 변화…국내 안착시 중장기 컨설팅 사안

양정우 기자공개 2024-02-28 07:18:1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6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증시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IB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 IB 파트와 직접 연결되는 이슈는 아니지만 고객의 조달 전략과 배당 정책 등의 스탠스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증권사 IB 파트에서는 부채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부서뿐 아니라 솔루션이나 어드바이저리 등 컨설팅 업무를 소화하는 별도의 조직을 갖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인 지표 관리에서 고객별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밸류업 방안 '초미의 관심사'…자본·부채 조달 따라 밸류 지표 변화

금융위원회는 26일 유관기관과 함께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공개된 방안에 따르면 약 1600개에 달하는 전체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에 나선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PBR', 'PER', '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등 핵심 지표에 대한 관리가 중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전체의 투자지표가 비교 공표될 뿐 아니라 시장별, 업종별로 최근 5년 간 수치까지 모두 제공될 예정이다. 밸류업의 의미엔 테크니컬이 아닌 펀더멘털 투자 관점에서 '키'인 지표를 향상시킨다는 뜻이 내포돼있다.

여기에 수급 측면에서 주가 부양에 직접 일조할 수 있는 카드도 내놓았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개발할 방침이다. 금융 상품으로 출시되면 일단 매수세에 보탬이 될 수밖에 없고 활성화 여부에 따라 연기금, 투자 기관이 벤치마크로 삼아 뭉칫돈이 몰릴 수도 있다. 이들 코리아 밸류업 상품의 투자 판단 지표는 역시 PBR, PER, 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등이다.

증권사 IB 파트에서는 당장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직결되는 접점을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IB 비즈니스의 핵심인 기업의 조달은 PBR, PER, ROE 등 주요 가치 판단 지표와 연결되는 이벤트다.

예를 들어 기업이 유상증자에 나서면 EPS(주당순이익)나 DPS(주당배당금)가 감소한다. 이들 지표의 분모 자리에 위치한 주식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EPS 감소를 수반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PER은 증가하고 ROE는 감소한다. 만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사활을 건 기업이라면 단순히 자기자본 비용과 타인자본 비용을 따져 발행에 나서는 게 아니라 이들 수치의 변화까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직 고객과 밸류업 프로그램을 별도 의제로 삼아 컨설팅을 벌인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만일 이 프로그램이 일본처럼 상장사의 중대 의무로 자리잡을 정도로 활성화된다면 기업 사정에 맞춰 조달 솔루션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채를 찍어 자사주를 매입하는 식의 단순 처방을 지향해야 하는 만큼 고객마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묘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내 주요 투자지표(분기별 공표).
◇토탈 솔루션 제공 'IB 트렌드'…향후 프로그램 안착 여부 '무게감 좌우'

근래 들어 IB 비즈니스의 체질 변화를 꾀하는 하우스가 적지 않다. 전통 IB 사업에서는 오랫동안 수수료 수입의 한계가 지적돼왔다. 대안으로 거듭난 부동산 금융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나 그만큼 과도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업에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본시장 파트너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른 바 '패키지 딜'을 제공하려는 증권사가 적지 않다. 커버리지 파트에서 유대감을 쌓고 있다가 일회성 딜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고객 자금조달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프로세스에 관여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IB 사업의 자문 업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형태로 여겨진다.

현재 분할과 합병, 지배구조 자문 등 중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짜야하는 대형 이벤트는 솔루션이나 어드바이저리 등을 간판으로 내건 조직에서 수행하고 있다. 향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 증시에 안착할 경우 이들 파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소화하면서 신뢰 관계 구축에 한몫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마지막 확정안이 아니다. 향후 금융 당국은 추가 세미나와 기업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최종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중장기 자본효율성과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싣기 위한 지침이지만 어디까지나 권고로서 자율적 사항이다.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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