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각종 데이터들도 증명한다. 리더가 바뀌었다고 단기간에 조직이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거나 하루아침에 적자에서 탈출하는 드라마틱한 일은 현실에선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업황 이기는 장사? 아직 본 적이 없다. 매년 인사철마다 세대 교체, 젊어진 리더십, 구원투수 투입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사람 하나 바뀐다고 바뀔 조직이면 진작에 뭐라도 바뀌었겠지' 하는 의구심은 떨쳐내기 어렵다.
현대차그룹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그룹은 워낙 색채가 뚜렷한 곳으로 꼽힌다. 정몽구 명예회장 특유의 투박하고도 거친 리더십, 여기에서 파생된 보수적인 기업문화까지. 긍정적으로 보이는 조합은 아니지만 '하라면 했고 하면 됐던 그 시절' 현대차의 성장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정의선 회장이 사장, 부회장, 수석 부회장을 지내던 시절 어느 정도 변화의 분위기가 엿보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것으로 상상하긴 쉽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량 5위에 올랐다. 2021년엔 GM을 제치고 4위에 올랐고 다시 1년 만인 2022년엔 3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역시 3위를 사수하며 반짝 성적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미국 최대 경제 전문 방송사 CNBC는 최근 '현대차그룹은 어떻게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기업이 됐을까'라는 제목으로 15분짜리 리포트를 내보냈다.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그룹이 거둔 성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제목이다.
이유를 꼽자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의 선전, 제네시스 브랜드의 활약,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의 도약 등등. 일련의 성과로 이어진 전략이 나오기까지 기여한 인재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부터 송호성 기아 사장 등을 포함해 고위 경영진만 수십명에 이른다.
결국 이 모든 건 정의선 회장 하나로 모인다. 이쯤되니 '매직'이라는 말이 정 회장에게 붙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은 현실에 취해 축배를 들어도 괜찮은 시간에 정 회장은 SDV(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언뜻 와닿지도 않는 새로운 사업들을 위해 채찍질에 한창이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정 회장을 두고도 여러 평가가 공존한다. 뚝심있다는 평가와 유연하다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냥 깨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면에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냉철함도 엿보인다. 카리스마가 있지만 아버지와는 또 다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같은 질문에 대답을 해본다면, 좋은 리더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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