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말 SK그룹의 대대적인 인사 변화에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만큼 '예상 밖' 인물은 이석희 SK온 사장이다.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이미 1년 9개월이 지났고 배터리가 아닌 반도체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라고 하기에는 '올드보이(1965년생, 59세)'에 더 가까웠다.무엇보다 SK온은 지동섭 사장 체제에서 실적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었다. 작년 1분기 3449억원이던 영업손실 규모는 그해 4분기 186억원까지 줄었다. 배터리 누적 수주금액은 400조원에 달했다. 지 전 사장이 '잘 달리는 말'에서 내려올 거라곤 내부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첫 흑자전환과 기업공개(IPO) 같은 중차대한 과제를 남겨 놓고 수장을 바꿨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석희'라는 인물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와 인텔 반도체 연구원을 거쳐 KAIST 교수, SK하이닉스 사장까지. 반도체 권위자로 손색이 없는 커리어다.
"인생 전체가 운이었다"고 말하거나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쫄지마'가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긍정적인 면모도 인상적이었다. 무인도에 가져갈 물건으로 '성경'을 꼽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시시콜콜한 정보도 들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그가 '마이너'의 삶을 살아왔다고 자평한 점이다. 이 사장이 현대전자에서 받은 첫 인사평가 등급은 'C'였다. 서울대에서 석사 과정까지 밟았지만 반도체가 전공이 아니었던 탓에 업무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인텔 근무 시절 생존을 위해 "박박 기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장의 돌파구는 지독한 노력이었다. 매일 새벽까지 반도체 논문과 자료를 읽었다. 덕분에 현대전자에서 전직원 중 처음으로 반도체 국제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인텔에선 최고기술자에게 수여되는 '기술상'을 세 차례나 받았다.
이 사장은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려고 했다"고 회고한다. 좌우명 "Keep moving forwrd. That's how winning is done.(계속 전진하는 것이 이기는 방법이다)"은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대변한다.
배터리 분야에 첫발을 들인 본인과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은 이 사장 시선에선 아직 마이너다. 이 사장은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하고 있다. 흑자 달성 전까지 연봉 20%를 반납하는 책임 경영 의지도 드러냈다. 그간 SK그룹에서 연봉을 반납한 경영진은 최태원 회장(2021년)이 유일하다. '마이너 이석희'의 SK온은 메이저로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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