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시작은 2002년 10월이다. 그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출범 10년여 만인 2011년 순자산액 기준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달성했다. 그로부터 다시 10여년이 지난 2023년 100조원을 넘어섰다.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끈 주역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자산운용이 40.2%,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6.9% 수준이다. 전체 시장의 8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점유율을 두고 다수의 운용사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선점 효과 덕분이다. 여타 자산운용사와 비교할 때 일찌감치 ETF에 힘을 줬다. 비슷한 ETF 상품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선점 효과는 이들 운용사에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상품 구조가 비슷하면 이왕이면 이름값에서 앞선 운용사를 찾기 마련이다.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다 나은 기댓값을 가져서다.
여기에 비슷한 상품이 대부분인 ETF 시장의 행태도 일부 운용사의 점유율이 집중된 시장 상황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심차게 상품을 개발해도 곧이어 이를 모방한 상품이 우후죽순 따라 붙는다. 신제품을 개발하려는 의욕을 상실케 하는 지점이다.
톱티어 운용사는 그나마 낫다. 모방 상품이 나오더라도 투자자들의 이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반면 중소형 운용사는 다르다. 자체 개발한 신상품을 톱티어 운용사가 비슷하게 출시하면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무분별한 상품 모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줄곧 있어왔다. ETF를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은 적지 않다. 그런데 ETF를 개발하려는 유인이 없다. 너무 쉽게 모방이 가능하다 보니 애초 상품 개발에 대한 경쟁보단 마케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우려에 한국거래소에서 올해 초 관련 제도를 손봤다. 무분별한 상품 베끼기를 근절하기 위해 '6개월'의 독점권을 부여키로 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크게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6개월 이후엔 비슷한 상품이 등장할테고, 결국 이전과 같은 경쟁구도가 이어질 것이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제도 등장 이후에도 마케팅에 힘을 쏟는 운용사들의 이야기만 들린다.
마케팅으로 경쟁에 불이 붙으면 결국 출혈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그만한 상품을 개발하는 게 필요한데, 여기에 쏟을 자원이 마케팅으로 향한다. 제도 개선 이후에도 운용사들이 개발보다는 마케팅에 주안점을 두는 이유를 잘 살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상품 개발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하는 유인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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