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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을 움직이는 사람들]군함 특수선 해외 진출 포부, 주원호 부사장 매출 2조 조준⑤선박기술 전문가 출신 특수선사업본부장…특수선 자립 목표

임한솔 기자공개 2024-04-03 07:42:51

[편집자주]

HD현대그룹 중간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의 분할이 이뤄진 뒤 약 4년이 지났다. 초기 적자에 시달리던 HD현대중공업은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정상화 궤도에 안착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을 비롯한 HD현대중공업의 주요 사업들도 체질 개선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와 성장의 과도기에 있는 HD현대중공업을 이끌어가는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1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가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사업이지만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구축함, 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특수선사업 얘기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특수선사업으로 매출 4188억원을 벌어들였다. 상선 매출 7조4827억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특수선 기술력 자체는 세계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국내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의 기본설계와 건조를 맡아 한국이 세계 5번째 이지스함 보유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다만 정부의 방산 투자에 한도가 있는 만큼 국내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HD현대중공업이 특수선사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까닭이다. 특수선 자체 건조가 어려운 국가들의 방산 수요를 충족시켜 2030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HD현대중공업 선박기술의 고도화를 이끌었던 주원호 특수선사업본부장 부사장이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수선사업 독자 생존에 초점…수출 사활

주 부사장은 처음부터 방산에 종사했던 인물은 아니다. 199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대부분의 경력을 기술 개발로 채웠다. 현대중공업 기반기술연구소 부문장,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 HD현대중공업 기술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 기간 친환경 선박, 스마트·자율운항 선박, 저진동·저소음 설계 기술 등의 개발에 공헌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2년 말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으로 이동하면서 처음으로 개별 사업을 직접 관리하게 됐다. 주 부사장은 가장 먼저 특수선사업의 자생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봤다. 특수선사업 생산능력을 100% 가동하기 위해서는 연간 1조5000억원~2조원 수준의 매출이 필요한데 국내 물량만으로는 많이 수주하더라도 1조원을 넘기기 어려웠다.


해외 시장을 필수적으로 공략해야 했다. 주 사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매출 2조원 목표를 제시하는 한편 목표치 중 절반 이상을 수출로 확보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는 "세계 무대에서 수상함 분야 경쟁력을 호평받고 있다. 재발주를 요청하는 국가들도 반드시 있다"며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할 만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 이외에도 필리핀, 뉴질랜드,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등 여러 국가에서 함정을 수주한 실적이 있었다. 선박의 건조 능력과 신뢰성과 이미 입증된 만큼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이같은 수출 확대 전략은 이미 성과를 낳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3월 말 페루에서 호위함과 상륙함 등 약 4억6000만달러 규모 특수선에 대한 공동생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D현대중공업이 함정의 설계, 기자재 공급 및 기술 지원을 수행하고 현지 조선업체가 최종 건조를 맡는 방식이다. 사업 규모도 규모지만 향후 남미 시장 개척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주 부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잠수함의 수출에도 힘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수출 실적은 많지만 잠수함을 수출한 경험은 아직 없다. 방산 시장 특유의 높은 진입장벽을 고려하면 첫 수출 실적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HD현대중공업은 중동과 남미 등의 잠수함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3000톤 이하 수출형 잠수함을 내세울 전망이다.

◇한화오션과 특수선 경쟁 가열…'팀 코리아' 가능성 희박

문제는 HD현대중공업만 특수선사업 확대를 노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화오션도 한화그룹 합류를 계기로 방산 분야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자연히 두 기업의 충돌이 잦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주 부사장은 해외 방산 수주를 위해 한화오션과 협력을 모색했으나 양측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현재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경쟁하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양측이 팽팽하다. 한화오션이 가장 먼저 KDDX 개념설계를 수주했고 그다음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따냈다. 이제 다음 단계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어느 쪽이 맡을지가 관건이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예상 디자인. (출처=HD현대중공업)

두 기업은 기술적 역량 이외에 법적 영역에서도 다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직원들의 KDDX 개념설계 유출 혐의로 인해 보안 벌점을 받았다. 다만 최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KDDX 사업에 대한 입찰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대표나 임원이 불법행위에 개입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에 한화오션은 KDDX 개념설계 유출이 직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임원진의 지시로 인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에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등에 대응해 '팀 코리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캐나다는 기존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600억캐나다달러(약 60조원)에 이르는 잠수함의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을 비롯한 여러 방산업체가 여기에 눈독을 들였다.

주 부사장은 캐나다 잠수함과 관련, 잠수함 수출 실적이 없다는 HD현대중공업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팀 코리아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다른 글로벌 업체를 상대로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따내기 위해 개별 기업들이 힘을 합치고 국가 차원에서도 영업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에 컨소시엄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단독으로도 충분히 수주활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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