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밸류체인 파트너]'8년 만에 적자' 브이엠, 해외진출 반등 구상④SK하이닉스 투자 '후공정' 위주, 고객사 다변화 관건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25 07:37:45
[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에 생성형AI 바람이 거세다. 기류를 제대로 탄 곳은 다름 아닌 엔비디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제치고 시총 3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파란이다.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줄만한 이슈다. 하지만 가려져 있는 곳이 많다. 엔비디아 협력사로 SK하이닉스 정도만 잘 알려져 있다. 눈을 넓히면 엔비디아의 사업과 연결된 국내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과연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엔비디아 밸류체인에서 활약하는 국내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지배구조, 성장 전망 등을 내밀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우형 대표 취임 이후 상승세를 이어온 브이엠(구 에이피티씨)이 기로에 섰다.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반도체 생태계 속에서 사업 전략 변화가 불가피한 영향이다. 다소 모순적이지만 주요 고객인 SK하이닉스 접점을 늘리면서도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새로운 고객군 확보가 절실하다는 의미다.일단 방향은 정해졌다. 국내에서 고객을 늘리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최 대표가 선봉에서 해외 공략을 진두지휘할 방침이다. 진작부터 추진해온 터라 어느 정도 성과는 나타나고 있으나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공행진 이후 찾아온 첫 위기, 최우형호 행방은
최 대표는 올해로 브이엠에 온 지 10년차를 맞았다. 브이엠은 최 대표 합류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회사에서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당초 브이엠은 장기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최 대표가 가세한 2015년까지만 해도 여전히 영업손실을 냈으나 이듬해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하더니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6년부터 SK하이닉스에 식각 장비 공급을 본격화한 덕분이다.
최 대표는 벤처캐피털(VC) 출신으로 흔히 말하는 기술자는 아니었다. 대신 그는 고객사 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등 접점을 늘렸고 이는 SK하이닉스와의 거래를 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에 신뢰를 얻자 수주 물량도 빠르게 늘었다. 외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SK하이닉스와 식각 장비 국산화 도전에 나선 브이엠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실적 상승세 속 고민이 없던 건 아니다. SK하이닉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고 메모리 시장 특성상 전방산업 투자 여부에 따라 부침이 심한 영향이다.
실제로 메모리 호황기로 불리는 2017~2018년에 좋았다가 2019년 주춤한 바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초기 비대면 일상으로 정보기술(IT) 투자가 급증하면서 역대급 성적을 거뒀으나 해당 효과가 잠잠해지자 급속도로 위축된 흐름이다. 결국 지난해는 SK하이닉스 시설투자가 사실상 전무하면서 2016년보다도 적은 매출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연결기준)도 악화했다. 2021년 541억원에서 2022년 마이너스(-) 82억원, 2023년 -15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주요 수익창출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금 유입 및 유출을 나타내는 수치다. 즉 자금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의미다.
매입채무가 축소된 점도 현금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021~2023년 동안 149억원→93억원→28억원으로 줄었다. 회사가 거시경제를 고려해 수년 전부터 유입된 달러를 정기 예금 등을 통해 보유하면서 달러 상승과 금리 상승에 대한 이익이 있었다. SK하이닉스의 갑작스러운 주문 취소로 인해 재고자산도 증가세다.
희망적인 요소가 있긴 있다. 전례 없는 부진에도 차세대 장비 개발에 돈을 아끼지 않은 점이다. 이는 작년 하반기 '옥사이드 에처' 시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올해 테스트가 잘 마무리되면 본격 양산에 돌입할 수 있다. 원자층 식각(ALE), 원자층 증착(ALD) 장비 등 새 라인업도 준비 중이다.
◇각자대표 역할분담,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까
일단 올해는 작년보다는 여건이 낫다. 이달 SK하이닉스와의 110억원 규모 공급계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추가 수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SK하이닉스가 투자를 재개한 건 맞지만 보수적인 기조는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도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능력(캐파) 증대에 집중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선 후공정 투자를 우선시해야 한다.
브이엠은 전공정인 식각 설비를 다루기 때문에 관련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청주와 용인 팹 시설투자가 개시될 2025~2026년까지 드라마틱한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 진출이 브이엠에 더욱 중요한 배경이다.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브이엠은 강영수 대표이사 후임으로 임종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임 대표는 SK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SK하이닉스 시절에는 구매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브이엠과 연을 맺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임 대표가 조직 안정화 및 국내 영업에 집중하고 기존 최 대표는 이전보다 해외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계획이다.
지난해 브이엠은 북미 고객에 협력사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납품과 직결되는 건 아니나 이를 계기로 검증받을 기회를 얻고 정상 진행한다면 수익화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최 대표는 빈번하게 미국 출장길에 나서면서 고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관건은 브이엠의 경쟁력이다. 현지에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 막강한 상대가 버티고 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도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가격, 성능 등 브이엠만의 특장점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국내용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신제품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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