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이제 낸드의 시간, '초격차' 삼성이 돌아왔다⑩메모리 적층 경쟁 치열, D램 이어 낸드 'AI 효과' 가시화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26 07:31:3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모처럼 자존심을 세웠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뽐내면서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주요 제품군에서 체면을 구겼으나 이를 계기로 1위의 자격을 재증명하겠다는 의지는 보다 커졌다.낸드가 인공지능(AI) 영향권에 든 부분도 긍정적이다. AI 영역의 전환(학습→추론), 온디바이스 AI 확산 등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볕이 들었으나 삼성전자만큼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키옥시아는 상장 및 웨스턴디지털(WD)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더 치고 나갈지, 경쟁사가 빠르게 반등할지가 추후 관전 포인트다.
◇세계 최초 타이틀 탈환, 원가경쟁력 높일 '더블 스택'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9세대 수직구조(V)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최소 크기 셀 △최소 몰드 두께 등을 구현해 비트 밀도를 전 세대 대비 1.5배 증가시켰다는 설명이다. TLC는 하나의 셀에 3비트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구조, 비트 밀도는 단위 면적당 저장되는 비트의 수를 일컫는다.
삼성전자는 "9세대에는 차세대 낸드 인터페이스 '토글(Toggle) 5.1'을 적용해 전작 대비 33% 향상된 최대 3.2기가비피에스(Gbps)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구현했고 소비전력은 10%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번 제품의 주요한 특징은 '더블 스택'이 적용된 부분이다. 해당 낸드 단수는 280대 중후반(약 286단)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238단), 마이크론(232단) 등 최신 제품을 압도하는 숫자다.
더블 스택은 말 그대로 두 번 쌓는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한 번에 140~150단까지 적층할 수 있는 셈이다. 이론상 300단까지 더블 스택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바탕에는 '채널 홀 에칭'이 있다. 몰드층을 순차적으로 적층한 뒤 한 번에 전자가 이동하는 홀(채널 홀)을 만드는 기술이다.
스택이 늘어나면 추가 공정이 필요해 비용과 시간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한 번에 얼마나 많이 쌓을 수 있느냐가 차별점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과 마이크론도 이전까지는 더블 스택으로 처리했으나 300단 이상부터는 '트리플 스택' 활용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2025년 상반기 양산 예정인 321단 낸드는 '트리플 스택' 기반이다. 삼성전자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 10세대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단번에 400단대(430단 예상)로 직행할 전망이다.
이는 원 스택 격차에 따른 결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원 스택 층수가 각각 140단, 120단이라고 계산하면 트리플 스택 도입 시 420단과 360단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삼성전자 우위가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더불어 '더미 채널 홀' 제거 기술을 적용해 셀의 평면적도 줄였다. 가장 좁은 면적으로 가장 높은 층을 만들어낸 것이다. 더미 채널 홀이란 낸드를 동작하는 기본 단위인 플레인을 구분하기 위해 세워놓는 일종의 가벽이다. 이를 없애 공간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삼성 '낸드왕' 자리 지킬까, AI 서버 'SSD 적용' 확산 기대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낸드 시장점유율 36.6%를 차지했다. 전기 대비 5.2%포인트 오른 것으로 선두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 기간 매출 성장세도 가장 두드러졌다.
여기에 200단대 후반의 낸드까지 선점하면서 당분간 삼성전자의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232단 낸드 생산에 돌입한 중국 YMTC가 올해 하반기 300단대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나 기술 및 원가경쟁력에서 아직 격차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흐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서 생산하는 최선단 제품을 6세대(128단)에서 8세대(236단)로 높일 방침이다. 낸드의 경우 D램만큼 극자외선(EUV) 장비 등 첨단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라인 전환이 수월한 편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D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낸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나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다.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과의 시너지가 기대 이하인데다 중국 다롄공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영향이다.
최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낸드 부문에서 과감한 투자로 점유율을 늘렸지만 재무적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틀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다른 낸드 경쟁사 키옥시아 역시 지지부진하다. 상장 일정이 지속 밀리는 와중에 WD와의 합병도 SK하이닉스 등 반대로 쉽지 않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차세대 낸드 개발도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용량 및 고성능 낸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기업용 솔리드스테이드라이브(eSSD) 판매가 급증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은 매월 오름세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1분기 낸드 ASP가 전기 대비 약 30%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영상, 음성 등 비정형 데이터로 훈련 방식이 변화하면서 텍스트 데이터보다 더 큰 저장 용량을 요구하고 추론용 AI 서버는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해야 해서 학습용 AI 서버 대비 SSD 투입량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데이터 저장량이 상당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및 추론 모델,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의 연이은 등장도 낸드 기반 SSD 구매를 이끄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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