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뉴 웨이브]'클래식 아이돌' 조성진·임윤찬 신드롬④이례적 팬덤 형성, 티켓파워 '막강'…클래식 대중화 효과 '반신반의'
이지혜 기자공개 2024-05-02 10:29:43
[편집자주]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철학책 읽기와 비슷하죠.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고, 음악은 전부를 위한 게 아니거든요."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크쉬스토프 펜데레츠키가 했던 씁쓸한 말이다. 청중이 있어야 음악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대중성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런데 만년 겨울이던 국내 클래식 음악 시장에 온기가 들고 있다. 크로스오버 장르의 약진, K-클래식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쟁쟁한 스타 연주자들의 등장이 발판으로 작용했다. 대중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클래식 음악의 현재를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의 인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처음 대중의 감정은 호기심이었다. 한국인이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명성을 떨쳤다는 게 자랑스러운 동시에 궁금했다. 그렇게 찾아 간 공연에서 대중은 관객이 되었고 급기야 팬이 됐다.그러나 조성진, 임윤찬 효과가 클래식의 대중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개별 연주자에 대한 관심도가 클래식 전반으로 확산될 것을 기대한다. 반면 세계적 오페라 가수, 지휘자 등이 배출됐는데도 클래식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신중론을 펼치는 시각도 있다.
◇조성진·임윤찬 공연 티켓 ‘매진 행렬’
26일 클래식업계에 따르면 조성진의 인기가 올해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5월 고양시에서 예정된 조성진과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 공연은 온라인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매진됐다. 티켓 판매를 시작한 건 공연일로부터 한 달도 훨씬 전인데도 그랬다.
지난해의 상황이 올해도 재현됐다. 지난해 11월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한 공연은 최고가 관람권이 55만원이었는데도 모든 표가 순식간에 팔렸다. 임윤찬과 협연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도 올 초 티켓 판매를 개시함과 동시에 모두 매진됐다.
일부 클래식 팬은 해외로 눈길을 돌렸을 정도다. 해외에서 조성진과 임윤찬의 공연 티켓을 구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판단해 ‘원정 공연 관람’에 나섰다.
조성진과 임윤찬의 영향력이 특히 돋보인 건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막을 내렸을 때부터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22년 클래식 공연 시장은 2021년 대비 공연건수는 물론 티켓판매 수, 판매액 모두 급증했다”며 “해외 연주자의 내한공연이 주춤했던 시기, 활발히 활동했던 국내파 연주자의 약진과 임윤찬처럼 팬덤을 형성한 세계적 아티스트가 탄생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진, 임윤찬 신드롬 ‘왜’
조성진과 임윤찬이 클래식 공연업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건 콩쿠르 입상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2015년에는 조성진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역대 아시아인 중 세 번째로 우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로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가 몰린다. 여기에서 우승을 거머쥔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즉각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인기는 티켓파워로 이어졌다. 2017년 1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독주회는 전석 매진됐다. 국내 공연이 많았던 2022년 실적이 특히 돋보인다. 클래식 상위권 10개 공연 중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공연이 4개나 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해외 유명 연주단체와 연주자의 고공행진을 주춤케했다”고 평가했다.
임윤찬의 티켓파워도 만만찮다. 2022년 12월 열린 독주회는 티켓판매를 시작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전 좌석이 매진됐다. 당시 공연을 예매하려는 수요가 너무 많아 서버가 먹통이 됐을 정도다. 2023년 11월 열린 <뮌헨 필하모닉 & 임윤찬> 공연은 그해 클래식 공연 티켓판매액 기준 상위 9위에 올랐다.
임윤찬의 명성이 전세계에 알려진 건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인 18세에 우승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굉장히 어렵기로 소문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각각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연주하며 우승했다.
◇클래식 문턱 낮췄다? 전문가 의견 엇갈려
조성진과 임윤찬이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리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클래식의 대중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한다. 이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른 클래식 연주자와 공연으로 확산되면서 클래식 공연수요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지은(2023)은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팬덤 문화 연구’ 논문에서 “조성진 등 개별 음악가의 팬이 장르적 팬으로 확장되고 있었다”며 “처음에는 조성진 피아니스트 개인의 팬으로 시작해 팬 활동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클래식 음악 전반에 관심이 생기면서 클래식 애호가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비관적 시각도 있다. 손현경(2022)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 원심력과 구심력의 이해’ 논문에서 “세계에서 K클래식의 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세계적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의 수상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클래식 음악계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업계가 30년 동안 공을 들인 것은 맞지만 스타 연주자에 기댄 방식이 패착의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연주자 중심의 외연 확장은 개별 연주자의 대중화만 이뤘을 뿐 정작 클래식 음악 그 자체의 대중화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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