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학사는 지금]'알짜 기업' 대한유화, 안정형 경영의 득과 실①시장상황에 취약한 사업구조, 우량한 재무구조는 장점
김위수 기자공개 2024-05-10 11:06:13
[편집자주]
근래 '위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석유화학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원가 부담 상승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화학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 화학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유화는 '석유화학 외길'을 걸어왔다. 1970년 국내 최초로 폴리프로필렌(PP) 사업에 뛰어든 이후 폴리머 사업을 지속해서 확장했고 이후 올레핀 설비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설립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대형 화학사와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알짜' 화학사로 시장에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2022년부터 2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석유화학 사업이 구조적인 한계에 맞닥뜨렸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2030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 주가 50만원을 목표로 세워둔 대한유화의 고민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적자의 궁극적인 배경, 안정 지향형 경영?
대한유화의 실적이 최근 부진한 이유는 석유화학 산업 시장상황의 영향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이 겹치며 석유화학, 그중 범용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수익성 방어에 성공한 석유화학사들은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곳들이다. 일찌감치 이차전지 및 첨단소재 사업에 투자한 LG화학,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금호석유화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대로 사업의 중심이 여전히 범용 소재 사업에 치우쳐진 석유화학사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대한유화는 후자의 범주에 속한다.
대한유화는 기초유분과 모노머, 폴리머 제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이 제품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3%에 달한다. 이차전지 분리막용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 일부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들도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이 범용 제품에 속한다. 범용 소재 사업에 대한 비중이 크다 보니 자연스레 시장상황의 악화가 실적에 큰 타격을 주게 됐다.
결국 '석유화학 외길'을 걸어온 그간의 경영행보가 시장상황과 맞물리며 적자로 돌아온 셈이다.
대한유화는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해 온 기업이다. 기업 창립 당시부터 내실경영을 신조로 삼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 집단에 속한 석유화학사가 아니다보니 투자의 성공보다는 실패의 영향을 면밀히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여기에 1990년대 대규모 증설을 위한 투자부담과 시황 악화가 겹친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받은 이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도가 날 위기를 겪은 경험은 '안정형 경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는 시장상황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대한유화 측도 "사업다각화가 늦어지는 바람에 사업군이 다양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환경변화에서 비롯되는 충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안정 지향형 경영, 실(失)만 있지는 않았다
이런 안정 중심 경영방식에 따른 득도 있다. 견실한 재무구조다. 주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이내에서 지출을 관리하고 차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관리했다.
2018년부터 대한유화의 부채비율은 10%대를 유지해 왔을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한 자릿 수에 불과했다. 2020년부터는 현금성자산보다 총차입금이 적은 순현금 상태로 돌아서기도 했다.
차입이 적다 보니 조달을 위한 비용도 거의 없다. 금융비용이 매년 수십억원대 발생하는데, 그마저도 이자수익 등을 고려한 순금융비용은 마이너스(-)다. 금융비용보다 금융수익이 많다는 뜻이다.
우량한 재무구조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든든한 발판이 되는 모습이다. 2년 연속 이어진 적자에 차입금이 증가했음에도 재무구조가 여전히 탄탄하다. 대한유화의 총차입금은 2021년 697억원에서 지난해 말 1554억원으로 122.9% 급증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7.9%, 7.1%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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