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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화학사는 지금]윤활유 시장 '답보' 반영하는 극동유화 주가③오너가 2세 지분 승계 작업 전, 주가 부양 유인 없어

정명섭 기자공개 2024-06-03 11: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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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위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석유화학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원가 부담 상승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화학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화학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30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극동유화는 오랜 업력과 안정적인 실적에도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윤활유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중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IDC) 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윤활유 제품군 중 하나인 전기절연유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기대할만한 포인트다.

창업주인 장홍선 회장이 아직 자녀들에 경영권 지분을 승계하지 않아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울 유인이 없다는 점도 극동유화 주가가 눌려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극동유화의 주가는 최근 5년간 3600~4200원대에서 주로 움직였다. 1991년 코스피 상장 이후 주가가 5000원을 넘어선 건 2019년 말, 2021년 초, 2023년 말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다.

그간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은 국제유가였다. 산업용 윤활유 생산·판매가 본업이다 보니 정유주로 묶여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유가가 오를 때 극동유화의 주가도 함께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극동유화 주가가 한때 4730원까지 치솟고 거래량도 이례적으로 1500만건을 넘어섰는데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감행해 중동지역 긴장감이 고조된 영향이었다. 당시 에쓰오일과 GS, SH에너지화학, 흥구석유 등 정유 섹터에 포함된 기업 모두 주가가 상승했다.

다만 2023년 말 주가 상승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극동유화 사외이사 2인 중 한 명인 김종필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사업연수원 27기이자 '친윤 라인'으로 알려져 주가가 급등했다. 이후 다른 정치테마주처럼 상승분을 금세 반납했다.

극동유화가 매년 200억~300억원대의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는 건 윤활유 시장의 낮은 성장률과 관련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윤활유공업협회 윤활유 수급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윤활유 내수 물량은 10억9800만리터로 전년 대비 0.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과 2021년 증가율은 각각 6.5%, 5%였다.

특히 극동유화가 취급하는 산업용 윤활유와 그리스 등의 경우 제조업 성장세 둔화로 자동차 윤활유보다 수요가 더 줄어드는 추세다.

올 1분기 기준 극동유화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7배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회사의 재산을 다 팔아도 주가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라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상태로 해석된다. 작년 말 코스피 에너지 섹터 평균 PBR이 0.67배인 점을 고려하면 낮은 밸류는 업계 전반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극동유화 관계자는 "윤활유 시장 상황이 올해와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간 내에 주가가 반등할 포인트가 있는지 묻는 말에 "현재로서 따로 계획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향후 실적 성장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전기절연유다. 극동유화의 전기절연유는 유입 변압기와 차단기 등에 사용된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정 또는 기업에 보내기 전에 그에 맞게 전압을 바꿔주는 기기다. 근래 AI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변압기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극동유화그룹 오너 일가가 주가를 띄워야 할 이유는 없다. 올해로 84세(1940년생)에 접어든 장홍선 회장은 아직 경영권 지분을 장·차남에게 승계하지 않았다.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늘어 오너 일가 입장에서 기업 승계에 드는 비용이 늘어난다. 대외에 노출이 적은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승계를 앞둔 상장사일수록 이같은 경향이 강하다는 게 투자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장 회장은 극동유화 지분 21.6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시가로 약 400억원 규모다. 장 회장은 미국 포드 링컨 공식 딜러사인 선진자동차의 지분 43.31%도 가지고 있고 아우디 딜러사 고진모터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우암홀딩스(61.67%), 세양물류(37.50%) 등의 계열사 지분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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