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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성장을 위한 서사 [thebell desk]

김일문 자산관리부장공개 2024-06-13 08:06:49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0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이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전체 운용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서면서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초 1000억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었지만 1년여 만에 시중 자금을 빠르게 끌어모으면서 최근 가장 '핫'한 운용사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리테일 자금이 물밀듯 밀려들고 있다는 점은 꽤나 고무적이다.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금융상품의 급격한 판매 위축은 헤지펀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오히려 적극적인 판매 채널 확대로 보란듯이 리테일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사실 몇년전만 하더라도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존폐를 걱정할 만큼 사세가 크게 위축된 고난의 시기가 있었다. 롱숏펀드 전문 하우스라는 타이틀로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변동성 관리 실패로 인해 수익률이 급전직하했고 결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운용규모가 300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기도 했다.

이후 변동성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주식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멀티에셋 전략으로 선회했고 차츰 안정을 되찾으면서 반등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 턴어라운드 하우스를 하나 더 꼽는다면 머스트운용도 빼놓을 수 없다. 올 한해 동안에만 운용자산을 1000억원 넘게 불리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수익률이다. 국내 주식 롱온리 전략인 하우스 대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5%를 기록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갈팡질팡 3%에도 채 못미치는 게걸음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 볼 수 있다.

머스트운용은 수년전 해외주식 투자에 매달리다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일부 종목에 대한 집착이 화근이었다. 리서치에 대한 과몰입으로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물타기에 가까운 전략으로 그간의 성과를 반납해야 했다. 이후 와신상담 끝에 변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했고 결과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

경험만큼 값진 자산은 없다. 운이 좋다면 첫 시작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순풍에 돛단듯 무난한 항해가 이어지겠지만 언젠가는 태풍을 만나고 배가 좌초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잘 나가던 운용사들 중에 갑작스런 외풍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곳도 부지기수다.

빌리언폴드운용과 머스트운용 모두 시장에서 한때 돌풍을 일으킨 투자의 고수들이었지만 높은 산 만큼이나 깊은 골을 벗어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굴곡의 서사는 운용사의 뿌리를 더욱 단단히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되기 마련이다. 반짝 수익률로 스타가 된 운용사에 열광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운용사도 아픈만큼 성숙해진다. 오래봐야 진면목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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