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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칭 사기' 휘말리는 사모펀드 업계 [thebell note]

이영호 기자공개 2024-07-12 07:56:33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1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프라이빗에퀴티(PE) 관계자에게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PE를 사칭한 리딩방이 생겨났고 실제 피해자까지 생겼다는 게 요지였다. 하우스 명칭과 기업 아이덴티티(CI) 등 여러 가지가 도용됐다. 사기 피해자는 직접 사무실을 찾아왔다고 한다. 당사자들이 느꼈을 당혹감은 컸다. 이미 복수의 유명 PE가 유사한 도용 피해를 입었다는 후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투자 전문가가 운영하는 리딩방에 가입하라는 문자가 날라온다. 유명 투자자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유튜버, 연예인, 기업 총수까지 불법 리딩방에 도용되는 시대다. 투자 전문가 집단인 PE를 사칭하는 건 어찌 보면 그럴싸한 접근법이다.

PE 실상을 안다면 선뜻 응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언론에 등장하는 것처럼 대형 M&A를 벌이고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PE 대부분은 ‘기관전용 사모펀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도용 피해를 입은 PE 역시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속한다. 개인이 아니라 기관투자자(LP) 자금을 받아 투자한다. 그래서 기관전용이란 명칭이 붙는다.

LP를 선별하는 기준도 까다롭다. 국민연금공단, 공제회와 같은 연기금이 LP 중에서도 '큰 손'으로 분류된다. 시중에 잘 알려진 금융사들도 LP 생태계를 꾸리는 한 축이다. 법인에게도 출자 기회가 주어지긴 하나 자산규모 등 일정 기준을 맞춰야 한다. 투자는 높은 보안 속에 이뤄진다.

PE가 일반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직접 모집하는 행위를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채팅방을 통해 투자유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PE는 특정 주식 종목 투자를 권유하는 업무 역시 하지 않는다.

PEF운용사협의회가 나서 대응하고 있다. 각사 홈페이지에 투자사기 경고문을 우선 노출하고 있다. 근본 해결책은 아니기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투자 사기를 당한 개인은 물론 도용을 당한 PE 모두 피해자다.

사칭 이슈를 계기로 PE업계 인식을 높일 대외 접근법을 고민할 만 하다. 대중이 바라보는 PE는 여전히 신비주의에 싸여있다.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PE 기능을 제대로 알기 쉽지 않다. 최근 PE 관련 보도가 늘었지만 타 업계와 비교하면 외부 노출이 거의 없는 필드다.

물론 높은 수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업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대중적으로 PE업계를 알리는 방식은 검토할 수 있다. 우리나라 PE업계 역사는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했다. 자산운용 규모가 조 단위인 곳도 적잖을 만큼 산업이 무르익었다. '사모펀드' 하면 기업사냥꾼 인식이 여전한 것도 현실이다. 시장 성숙도에 발맞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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