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아메리칸 드림' 품은 이노와이어리스, LIG 신사업 '첨병'①2000년 창업 뒤 LIG에 매각, 최근 전장기업 인수로 새 먹거리 확보
최현서 기자공개 2024-07-22 09:06:27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8일 14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노와이어리스는 '아메리칸 드림'의 좌절을 딛고 세워진 통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다. 창업자 정종태 전 대표는 1990년대 말 개인휴대단말기(PDA) 기능이 담긴 '스마트 폰'을 만들어 미국 시장에 선보였지만 실패를 맛봤다. 귀국 후 20년지기 죽마고우이자 공동창업자 정진섭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이노와이어리스를 세웠다.이후 LIG그룹으로 매각되면서 곽영수 이노와이어리스 대표를 제외한 창업자들도 모두 떠났다. 다만 초기 사업 흔적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매출 중심이 해외에 맞춰져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LIG의 신성장동력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차세대 전장 분야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돌고 돌아 첫발 뗀 이노와이어리스
정 전 대표는 연세대 전자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7월 신세기통신(2002년 SKT에 인수)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7년 11월 퀄컴 한국 지사장이었던 윌리엄 손 씨와 PDA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 폰'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 전 대표는 손 씨와 함께 미국에 '네오포인트'를 세웠다.
네오포인트는 1999년 스마트 폰 개발에 성공했다. 각종 사무 업무를 비롯해 이메일 송수신을 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웹사이트 접속도 가능했다. 현재 스마트폰의 '조상'격인 셈이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에 무선 망이 잘 깔려 있지도 않았던 시절이다. 자금난에 빠지면서 나스닥 상장 꿈도 무산됐다. 2001년 폐업에 이르렀다.
그가 미국 생활을 접고 국내로 돌아와 세운 게 이노와이어리스다. 죽마고우인 정 전 CTO와 함께 했다. 정 전 CTO는 대학, 군 생활 등을 함께 한 '절친'이었다.
두 사람은 2000년 9월 지금의 곽 대표를 포함한 후배 셋을 더 불러 이노와이어리스의 닻을 올렸다. 혁신(이노베이션)과 무선통신(와이어리스) 단어를 합쳐 사명을 지었다. 사업 자금은 5000만원이었다.
이후 이노와이어리스는 크게 두 번의 변곡점을 지났다. 첫 변곡점은 2000년 12월 일본 통신사업자 'KDDI'의 손자회사였던 통신장비사 '코웨이(COUEI)'와의 만남이다.
이노와이어리스는 무선 망 최적화 장비 '닥터데이터디엠(Dr. Data DM)'을 코웨이에 납품했다. 마스미 히로타 코웨이 전 대표가 손을 내밀어준 덕분이다. 정 전 대표가 네오포인트 사업을 하던 시절 만난 인물이다. 히로타 전 대표는 이노와이어리스의 시제품을 들고 일본으로 가 KDDI로부터 1억원의 주문서를 받아와주기도 했다.
KDDI와 약속한 납품 시기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금과 인력이 모자랐다. 이때 히로타 전 대표가 자신의 코웨이 지분 일부를 팔아 돈을 보태줬다. 이때부터 무선망 최적화 제품군이 이노와이어리스의 주요 먹거리가 됐다. 지난해 매출의 31.3%가 해당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노와이어리스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어 준 부문이다. 2003년 105억원에 그쳤던 매출이 10년 만인 2022년 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매출은 1374억원, 영업이익은 103억원이다.

◇KDDI 손자회사와의 인연·LIG 인수 '전환점'
정 전 대표는 잘 나가던 시절 이노와이어리스 매각을 결정했다. 최대주주로 LIG넥스원이 들어왔다. LIG넥스원은 2018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KCGI와 함께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했다. 정 전 대표 주식 111만4727주(지분율 18.6%)를 279억원에 사들였다. KCGI와 LIG넥스원은 이를 통해 각각 13.6%, 4.9%의 지분을 확보했다.
LIG넥스원은 계약 조건으로 KCGI가 갖고 있던 이노와이어리스 지분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넣었다. 콜옵션은 2020년 11월 7일부터 행사할 수 있었다. LIG넥스원 이사회는 2020년 11월 콜옵션을 행사하고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총 21.1%(673만7544주)를 확보했다. LIG넥스원은 이후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전량을 LIG에 양도했다.
LIG넥스원의 이노와이어리스 인수는 시너지를 낼만한 구석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8년 말 이노와이어리스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군 통신 기술 개발 사업을 수주한 적도 있었다.
이노와이어리스는 현재 LIG의 신사업 확장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사업 방향은 전장이다. 최근 반도체 업체 명성라이픽스, 차량장비 업체 웨이티스를 인수했다. 차량 반도체, 차량사물통신(V2X) 시험장비를 만드는 곳들이다. LIG가 이노아이어리스를 중심으로 커넥티드카 등 분야에 힘을 싣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에이비엘·컴퍼스, 기대보다 낮은 ORR에도 유의성 충족
- 애경산업, 대표 간담회 통해 매각 검토 공식화
- 지아이이노베이션 창업주 장명호, 4년만에 대표 복귀
- [달바글로벌 road to IPO]'콜옵션' 행사 위한 구주매출…'경영권 강화' 진행 중
- [출격 나선 롱숏 운용사]'하반기 출범' 안다글로리, 전략 다양화 개시
- 키움투자운용, 삼성운용 출신 '마케터' 영입한다
- 코웨이 주총 D-3, '표대결' 관전포인트는
- JB운용, '최원철 대표' 꽂힌 CR리츠 4곳 추진
- 삼성증권, '기관전용 PEF 사업' 채비 장기화
-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 환율 상승에 수익률 부진
최현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체크멀, 일본에만 쏠린 국외 매출 'IPO 한계 뚜렷'
- [Company Watch]안랩, 거듭된 일본 법인 전액 손상차손 '출구전략 깜깜'
- [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IPO 꿈' 체크멀, '원툴 앱체크' 한계 돌파 과제
- SOOP, 서수길·최영우 각자대표 체제 전환
- KT, AI·클라우드 수익화 고삐 'B2B 정조준'
- [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후발주자' 체크멀, IPO 엔진 기술력 '으뜸'
- [주주총회 현장 돋보기]쏘카, 크래프톤 CFO 사외이사로 '살림살이 집중 관리'
- KT엠모바일, 누적 결손 무상감자…KT 배당 시동 거나
- [주주총회 현장 돋보기]'주총 데뷔' 홍범식 LGU+ 대표, 비용 절감·구글 동맹 강조
- [불붙은 알뜰폰 생존경쟁]'청출어람' 유니컴즈, 매출 30% 감소·대표 교체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