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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그룹 머니게임의 덫]'머지 사태'보다 한 수위, 악수 된 외형 확장 전략[종합]①2년간 이머커스 기업 5개 쇼핑 '리스크' 도화선, 쇼핑 채널 규정 재정비 계기로

정유현 기자공개 2024-07-30 07:44:08

[편집자주]

이커머스 1세대 대표 인물로 꼽히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큐텐그룹의 미래 청사진만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와 무리하게 M&A를 추진했던 것이 결국 탈이 났다.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구영배 대표의 외형 확장 전략을 톺아보고 큐텐 연합의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기업인 큐텐의 '돈맥경화' 사태의 시발점은 티몬을 인수한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영배 대표가 진행한 티몬 경영권 인수 딜에는 현금이 오가지 않았다. 기존 주주의 지분을 가져오는 대가로 큐텐 자회사의 주식을 제공한 사실상 '무자본 M&A'였던 셈이다. 자본잠식 기업의 주식을 인수하기 때문에 비싼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점을 활용했다.

무자본 거래는 결국 자금 상환 문제가 동반된다. 기업 인수 후 경영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현금을 돌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큐텐은 좀 달랐다. 추가적인 외형 확장에 몰두하며 '큐텐 연합'을 구축했다. 올해 초 미국 기업 '위시'를 2300억원에 인수한 것을 계기로 진짜로 돈이 필요했던 상황에 직면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결국 자금을 대기 위해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등의 판매대금을 끌어 쓰면서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큐텐 연합의 곪았던 문제가 터지며 구 대표의 나스닥행(行)의 꿈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뢰 하락에 따른 큐텐 연합의 파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경업금지 끝나자 티몬 인수로 한국 진출, 사실상 무자본 M&A 방식 활용

큐텐의 창업자인 구 대표는 지마켓 창업자로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입지적인 인물로 통한다. 2009년 지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고 손에 쥔 자금으로 싱가포르로 날아가 2010년 이베이와의 합작사인 큐텐을 설립했다.

한국에서는 10년간 경업금지 조건이 걸려있었기 때문에 사업에 제약이 있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지마켓을 매각한 이베이와 동업에 나서는 그림이었다. 싱가포르에 한국식 배달 서비스를 접목해 당일 배송 등을 실현한 구 대표는 동남아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현지 업체를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2018년 주식 교환 작업을 통해 큐텐은 구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됐다. 한국에서경업금지 조항이 풀리는 시기와 맞물려 지배 구조를 정리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구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구축한 네트워크와 지마켓 창업자의 후광을 활용해 2022년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이머커스 M&A 시장에서 주요 인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티몬의 인수 방식은 상세한 사항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분 교환 방식을 활용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에쿼티) 측이 보유한 티몬 지분 81.74%를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와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이듬해 진행한 위메프도 같은 방식을 활용해 연합에 합류시켰다.

문제는 큐텐이 해외 기업이기 때문에 보유 현금이나 재무 구조 등은 국내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커머스 기업이 점유율이 높아도 수익을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나 구 대표의 이름값 덕분에 당시 큐텐의 외형 확장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 대표의 M&A 식욕은 왕성했다. 2023년 야놀자로부터 인터파크에서 쇼핑과 도서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1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올해 초 인터파크커머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 AK몰을 약 5억1782만원에 사왔다. 티몬 인수로 증명한 성공 방정식을 추가로 인수한 계열사에 적용하고 시너지를 높여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발표했다.

◇미국 기업 위시 2300억 규모 인수 추진, 정산 쇼크 '트리거' 작용 분석

큐텐은 약 2년 만에 무려 5개의 이커머스 쇼핑을 마쳤다. 외형을 확장시켜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청사진을 그렸다. 큐텐은 올해 초 AK몰뿐 아니라 유의미한 M&A 소식을 알렸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콘텍스트로직이 운영하는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Wish)를 1억7300만 달러(약2300억원)에 에 인수했다는 것이다. 인수 3개월만에 '위시플러스'라는 통합앱을 출시하고 모객에 나섰다.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인수 대금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위시 인수 후 큐텐의 해외 판매 대금 정산이 미납 되는 일이 발생했고 이달 초 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이어졌다. 회사 측은 정산 처리 과정에서의 '실수' 정도로 대응을 했고 전부 지급 할 것이란 입장을 냈다.

곳간에 현금이 있기 때문에 '위시'를 인수 했다고 위메프 측은 확대 해석을 자제시켰지만 결국 티몬 미정산 사태로 이어지며 소비자뿐 아니라 셀러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며 싱가포르에 있던 구영배 대표가 한국에 귀국해 그룹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위메프 본사로 피해자들이 몰려왔고 류화현 대표가 25일 직접 나서서 현장 환불을 진행하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류 대표가 현장에서 추산한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금액은 1000억원 규모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주기가 2달로 타 커머스 대비 긴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쿠팡은 정산 주기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빠른 정산 서비스를 도입한 상태였다. 이번 문제는 5월 판매분에 대한 정산금으로 보이며 영세 판매자를 중심으로 자금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발생한 '머지 포인트'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머지 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는 편의점, 음식점 등에서 쓸 수 있는 '20% 할인권'을 팔았다. 소비자들은 더 싼 가격에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포인트를 구매했는데 금융위원회의 지적을 받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돌연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하면서 환불 대란이 불거졌다. 머지플러스도 자본 잠식 상태의 기업으로 돌려 막기식으로 상품권 사업을 지속하면서 피해자를 양산했다.

머지 사태를 경험했던 소비자들은 이번 미정산 사태가 터지자 빠르게 움직이며 사태가 더 커진 상황이다. 이번 미정산 사태는 소비자뿐 아니라 영세 사업자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머지 사태보다 더 상황이 심각하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사태가 조속하게 해결이 된다고 해도 큐텐 연합이 판매 채널로서 신뢰가 무너진 것은 향후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정산 사태가 빨리 해결되는 것이 1순위이지만 해결 후에도 신뢰도 하락에 따라 쇼핑 채널로서 기능을 하기 어려워 혹시나 파산으로 이어질까 봐 업계도 걱정스럽게 보고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계 전반으로 서비스를 보완하고 정비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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