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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사업전환' 중간점검]SK이노, 대대적 그룹 재편으로 이어진 신사업②정유사 중 빠른 속도로 다각화 추진, 배터리 BEP 달성 '관건'

김위수 기자공개 2024-08-06 08:51:28

[편집자주]

지난 몇년간 정유사들의 화두는 신사업이었다. 사업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큰 석유화학 사업부터 모빌리티 및 친환경 에너지까지. 정유업 의존도를 낮춰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미래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 속에서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정유사들의 사업구조 전환은 순항하고 있을까. 더벨이 정유사들의 사업구조 전환 현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략 및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에서 정유·화학·배터리 등 계열사를 이끄는 중간지주사다. 지금의 구조를 갖춘 시점은 2011년이다. 이전까지는 'SK에너지'라는 사명으로 정유업과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러다가 사명을 SK이노베이션으로 변경하고 정유, 화학 각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두기 시작했다.

사업재편에 나선 이유는 SK에너지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한 일과 맞닿아있다. SK그룹은 당시부터 정유업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사업 확장에 한계를 지우기 위해 에너지라는 직관적인 이름 대신 이노베이션(혁신)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단어를 사명에 활용했다.

◇경쟁사보다 빨랐던 변신, 성공할까

SK이노베이션이 사업구조 변화를 꾀한 시점은 중간지주사 체제로 재편하던 시점부터로 볼 수 있다. 2010년대 초반은 정유사들이 신사업 진출보다는 정유사업 고도화에 힘을 쏟았던 시기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사업 다각화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일찌감치 친환경 사업분야로 눈을 돌렸다. 큰 투자가 집중된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수석부회장은 현재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미 2010년 대전에 100MWh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했던 SK이노베이션은 중간지주사 체제 출범 이후 충남 서산에 추가적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 건설에 나서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정유사로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 이례적인 사례였다. 휴대폰·노트북을 거쳐 전기차까지 사업을 확장한 LG화학, 삼성SDI와 진출 경로가 완전히 달랐다. 다른 배터리 업체들과는 달리 소형 전지를 건너뛰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나섰던 만큼 사업 초기에는 부침도 있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까지 거론되기도 했으나 2010년대 중반 중국 배터리 사업이 순항하기 시작하며 동력을 얻었다.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택한 경로는 '공격적 증설'이었다.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 점유율 달성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2017년 서산 배터리 공장 증설에 더해 헝가리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이후 유럽 배터리 공장 추가 증설, 북미 진출 등 증설 계획이 잇따랐다.

실제 이 시점부터 SK이노베이션의 자본적지출(CAPEX)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17년 1조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CAPEX는 매년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무려 11조원을 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사업을 맡은 SK온의 CAPEX만 살펴보면 2021 10월 출범 뒤 올 1분기까지 투입한 CAPEX는 총 18조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준 투자금액은 LG에너지솔루션(21조원)보다 약 15% 적고 삼성SDI보다 114%가량 많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조원을 조달해 투자했지만 IPO를 하지 못한 SK온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SK온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매출 비중 높이는데 성공했지만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사업에서 배터리 사업이 유의미한 매출 비중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2018년이다. 2018년부터 배터리 사업 매출은 348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를 차지했다. 직전해 까지는 배터리 사업에서 1500억원여의 매출이 났는데 이는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의 0%로 계산됐다.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한 증설로 배터리 사업의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SK온의 매출은 13조원으로 나타났다. 5년만에 매출이 3600%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이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로 나타났다. 여전히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76%로 높기는 하지만 배터리 사업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었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투자에 부작용도 따라왔다. 자금조달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배터리 사업에서 수익을 내는 데도 실패했다. 올 상반기에도 SK온은 791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SK이노베이션 전체로 보면 상반기 영업이익은 5789억원이다. 올 1분기에만 SK이노베이션은 CAPEX로 1조6205억원을 썼다. 버는 돈으로 나가는 돈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총차입금은 올 2분기 말 기준 32조5508억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연말(29조원)보다도 3조6000억원의 차입금이 추가적으로 발생했다. 연 10조원여의 투자금이 투입되는 배터리 사업을 포함한 지출을 SK이노베이션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버티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SK E&S를 SK이노베이션이 합병하게 된 배경이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 전환이 그룹의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으로 이어진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이 올 하반기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BEP 달성 예상 시점을 줄곧 미뤄왔다. 첫 BEP 달성 예상 시기는 202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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