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장 분석]증권에 추월당한 보험, 사업자별 적립금 증감도 '미미'[업권별 분석]시장 규모 확대 지속에도 나홀로 감소세
조영진 기자공개 2024-08-09 08:05:49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5일 14:22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규모 및 시장 점유율이 증권업권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2010년대 유지됐던 은행, 보험의 양강체제가 2020년대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보험업권 적립금 유치현황을 개별 사업자들로 들여다봐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타 업권 대비 부족한 상품 가짓수, 부진한 퇴직연금 운용성과 등이 자금 이탈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퇴직연금이 몰리고 있는 DC, IRP 영역에서 보험업권의 수익률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보험업권, 성장세 둔화 넘어 감소세 전환…증권에 추월 허용
5일 더벨이 은행과 증권, 보험업권 등 국내 전 금융업권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이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험업 사업자들은 2024년 상반기 기준 93조481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2023년말 적립금(93조2479억원)과 비교해 200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권의 적립금은 둔화된 성장세를 넘어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394조2938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조2581억원 증가했다. 적립금 증가분 중 은행업권이 9조1464억원을, 증권업권이 7조3115억원을 차지하는 등 보험업권의 기여도는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퇴직연금 시장이 최근 몇 년간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위주로 성장한 영향이 컸다. 특히 여러 상품을 가판대에 배치한 증권업권과의 경쟁에서 크게 뒤쳐진 모습이다. 보험업권의 적립금 규모는 그간 성장세 둔화에 그쳤으나 이번 상반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시장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 반면 보험업권의 영향력은 축소됐다는 의미다.
전체 적립금 규모도 증권업권에 추월당했다. 6조5000억원 수준이던 두 업권의 적립금 격차는 증권업권이 이번 상반기에 7조3000억원을 추가하면서 역전됐다. 지난해 말 86조7397억원이었던 증권업권의 적립금은 올해 상반기 94조512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보험업권은 2000억원가량 줄어든 93조481억원을 운용 중인 상황이다.
지난해 말과 비슷한 운용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은 24.7%에서 23.6%로 크게 축소됐다. 연일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나홀로 적립금이 감소한 결과다. 지난 2018년 말 29.2%였던 퇴직연금시장 점유율은 2019년 28.5%, 2020년 27.8%, 2021년 27.1%, 2022년 26.2%, 2023년 24.7%로 매해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은행업권과 증권업권은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말 대비 각각 4.6%포인트, 8.4%포인트 확대했다. 은행업권의 시장점유율은 과반에 해당하는 52.5%, 증권업권의 시장점유율은 보험업권을 0.3%포인트 추월한 23.9%로 집계됐다.
◇개별 사업자도 변화 '미미'…원리금보장서 DC·IRP 성과부진
보험업권 사업자별로 보면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17곳 중 8곳이 자금 유출을 겪었다. 최상위권 사업자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만이 각각 3129억원, 1206억원의 적립금을 늘리는 등 역성장 중인 업권에서 간신히 1000억원대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밖에 삼성화재(716억원), DB손해보험(295억원), 동양생명(397억원) 등이 수백억원의 증가 규모를 나타냈다. 현대해상, IBK연금보험, DB생명 또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그 규모는 각각 수십억원에 그쳤다.
반면 업계 5위 사업자였던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상반기에만 2319억원의 적립금이 유출되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한화생명(-683억원), KB손해보험(-761억원), 롯데손해보험(-1848억원), 푸본현대생명(-694억원), 흥국생명(-1056억원), 신한라이프생명(-592억원) 등 역성장 사업자들의 적립금 유출액은 각각 수백억원에 달했다.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자금이탈이 계속되는 이유로는 타 업권 대비 저조한 수익률이 꼽힌다. 원리금보장 상품 가운데 자금유입이 활발한 확정기여형(DC)과 개인IRP를 놓고보면 수익률 하위권에 보험 사업자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전 금융업권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은 원리금보장 확정기여형 상품으로 올해 상반기 최저 2.9%에서 최고 5.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위 10개 사업자로 증권업권이 1곳, 은행업권은 6곳, 보험업권은 3곳이 랭크됐다. 현대해상(3.5%), 신한라이프생명(3.5%), 삼성화재(3.3%) 등의 보험업권 사업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원리금보장 개인IRP도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최저 2.6%와 최고 5.9%로 분포된 수익률 현황에서 보험사들이 하위권에 다수 이름을 올렸다. 하위 10곳 중 보험업권 사업자는 DB손해보험(3.3%), 현대해상(3.3%), 미래에셋생명(3.2%), 삼성화재(3.0%), 흥국생명(2.9%) 등 5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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