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06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담당 기자에게 컨퍼런스콜은 회사 동향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컨퍼런스콜 중 애널리스트들의 뾰족한 질문이 많으면 앞선 시기가 쉽지 않았구나 싶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남은 앞날은 더 어려울 것 같다고 예감한다.기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걸 보고 이런 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이제 수익성이 더 좋아지긴 어렵지 않겠냐, 전기차 시장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 등의 날카로운 질문이 컨퍼런스콜 한 시간을 가득 채웠다.
기아로서는 아쉬울 수 있겠다 싶었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란 변수에도 전기차 판매량이 작년보다 증가했고 7분기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또 연매출 100조원이란 지표가 가시권에 들어왔는데 칭찬보다 우려가 앞선다.
모든 의구심의 중심엔 '이력'이 있다. 딱 10년 전이 그랬다. 미국에서 반기 최고 실적을 올리고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으나 기아는 하반기 세계 경기 둔화로 '어닝쇼크'에 가까운 고통을 겪었다. 환율 문제로 수익성 악화도 체감했다.
언제든지 다시 위기로 얼룩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걱정은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만난 한 기아 관계자는 "10년 전처럼 상황이 갑자기 또 안 좋아질까 봐, 차라리 매번 적당한 기대와 실적을 안겨다주는 게 오히려 더 낫다"고 말했다.
그래도 과거는 교훈을 남겼다. 기아는 내실 경영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난 수년간 무리한 인센티브(판촉비)를 지양하며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 왔다. 동시에 멕시코 등지에 생산 공장을 확장하고 환율 변동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체계도 구축했다.
지금의 숫자가 꼭 아니어도 괜찮다. 13.2%라는 이익률이 유례없이 높은 수치이고 전기차 시장은 기대보다 늦게 꽃피고 있다. 업황 변화로 하반기 실적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자기 시간표대로 최적의 사업 전략을 잘 찾는지 보는 게 의미 있다.
기아는 10년 전보다 강해졌다. 갑자기 뒷걸음질 치면 어떡하지 걱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간 앞으로 잘 걸어왔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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