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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활용 스토리]신영증권, 자사주 53% 보유만으로도 '경영권 안정' 효과[지배력 강화③]상장기업 최대 비중…회사와 오너, 함께 묵묵히 자사주 매입

김현정 기자공개 2024-08-21 08:13:52

[편집자주]

오래 전부터 기업들의 자사주는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임직원 보상에 쓰이기도 한다. 기업 M&A 대가로 지급할 수도 있다. 다만 자사주 활용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 되거나 경영권 분쟁 시 우호지분 확보용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았다. THE CFO는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가 어떤 형태로 동원될 수 있는지 활용 사례를 유형별로 나눠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5: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증권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53%에 이른다. 국내 코스피 상장기업 중 단연코 최대 비중이다. 소각 없이 꾸준히 쌓은 자사주로 신영증권 발행주식총수의 절반은 의결권을 잃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막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추후 원종석 회장의 승계다지기 작업에서도 해당 엄청난 양의 자사주가 도우미 역할을 할 것으로 시장은 바라본다.

회사 자체의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원 회장 역시 24년 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2000년 거의 0%에 불과했던 원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8%가량까지 높아졌다. 신영증권이 자사주를 경영성과 명목의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도 원 회장의 지분율 확보에 보탬이 되고 있다.

◇소각 없는 매집, 53%까지...지분율 낮은 오너일가의 '경영권 안정화' 수단

신영증권은 1994년부터 자사주를 꾸준히 늘려왔다. 임원 성과급용으로 가끔씩 처분할 때도 있었지만 소각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신영증권의 주식은 보통주와 우선주로 나뉘는데 2024년 3월 기준 보통주 중 자사주 비중은 35.9%, 우선주 가운데 자사주 비중은 74.6%에 이르렀다. 두 종류의 주식 모두를 꾸준히 사모았지만 신영증권은 우선주를 특히 많이 매입했다.

1988년 이후 보통주·우선주 형태를 유지하던 신영증권은 지난해 우선주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회사에서 우선주를 하도 많이 사들여 시장에서 신영증권 우선주 거래량이 미달한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신영증권 우선주는 한국거래소의 관리종목 지정 우려 예고를 받은 적도 있다.

신영증권은 관련 작업을 진행해 올 4월 7일 1대1 비율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부 전환했다. 이로써 신영증권 자기주식 비중은 보통주로만 52.6%가 됐다. 이는 코스피 상장 기업 중 압도적 최대 비중이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할 때마다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 소각으로 귀결된 적은 없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소각까지 해야 진정한 주주환원에 이른다. 엄청난 규모의 사용처 없는 자사주는 시장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다만 분명한 건 신영증권의 높은 자사주 비중이 오너가 치곤 상대적으로 낮은 원국희 명예회장과 원종석 회장의 지분율을 보완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 명예회장은 1971년 서울증권 퇴사 후 서울대 상대 동문 등 7명과 500만원씩 출자해 마련한 3500만원으로 신영증권을 인수했다.

추후 원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쥐었지만 애초부터 지분이 나눠져 있었던 탓에 오너가의 지분율이 높지 않았다. 이는 신영증권 오너가 경영권의 약점으로 지목돼왔다. 올 8월 초 기준 원 명예회장의 신영증권 지분율은 10.4%, 원 회장 지분율은 8%가량으로 둘이 합쳐 20%가 채 되지 않는다. 향후 지분 승계 이후 세금 문제까지 고려하면 안정적인 지분율이라 보기 어렵다.

신영증권은 발행주식총수의 절반가량을 자사주로 묶어 둬 의결권을 중지시킴으로써 오너가의 실질적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의결권 있는 주식수만으로 계산한 원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22%, 원 회장은 16.8%로 추산된다. 오너가 지분율이 38.8%로 성큼 올라선다.

실제 신영증권의 높은 자사주 비중은 앞으로 지분 승계 과정에서 우호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시선이 많다. 업계에선 앞으로 자사주 소각으로 자연스럽게 원 회장의 지분율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가치가 상승할 경우 원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 시 상속세가 너무 커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따라 많은 자사주를 어느 시점에, 어떻게 처리할지 등 신영증권이 방정식을 잘 풀어내야 한다.

◇원종석 회장 24년간 자사주 장중매수, '티끌 모아 태산'된 '지분율'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는 동안 원 회장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 중이다. 원 회장은 2000년을 시작으로 가업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에 20년 넘게 공을 들여왔다. 원 회장이 지분 매입을 쉬어간 해는 2009년과 2013~2014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외엔 항상 장중매입 방식으로 꾸준히 지분을 확보해왔다.

특히나 증시 약세일 땐 전략적으로 저가 매수 공략에 들어갔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증시가 폭락하자 원 회장은 일여년간 틈틈이 보통주를 25만주 넘게 사들여 지분율을 2.7%p가량 단숨에 높였다. 2020년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시기를 틈타 28차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불과 9개월만에 원 회장의 지분율은 0.8%p 높아졌다.


원 회장은 성과급 루트로도 지분율을 확보했다. 신영증권이 보유 자사주를 경영성과 명목의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기주식 보상 성과급은 보통 원 명예회장이나 원 회장, 대표이사에 지급됐다. 규모가 대단치는 않았지만 원 회장 개인 돈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꽤나 쏠쏠했다. 최근 5년 간 원 회장이 성과급으로 받은 주식의 가치는 15억원(현 주가 기준 20억원가량)에 이른다. 지분율로는 0.2%p정도에 해당된다.


원 회장의 지분 확보의 주요 재원이 되는 배당금도 신영증권이 꾸준히 지급 중이다. 신영증권은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배당을 꾸준히 높여온 기업이다. 특히 자사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반 주주를 비롯, 오너일가는 지분율 이상의 배당금을 받아가게 된다. 자사주는 배당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6개년 배당지급액 추이를 살펴보면 순이익은 들쭉날쭉해도 배당금은 200~300억대로 비교적 일정하게 지급해왔다. 신영증권은 67기(2020년 4월1일~2021년 3월31일) 순이익이 1898억원으로 전년 대비 9배로 증가했을 때에도 배당금은 전년(217억원) 대비 54% 증가시킨 333억원을 지급했다. 그 다음해 68기(2021년 4월1일~2022년 3월31일) 순이익이 반토막 났을 때(891억원)에도 배당금은 331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70기(2023년 4월1일~2024년 3월31일)에 대한 배당금은 361억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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