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14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What happens in Vegas stays in Vegas.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일은 라스베이거스에 남는거야.)”무절제를 부추기는 이 유명한 슬로건은 생각보다 공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라스베이거스관광청(LVCVA)이 직접 광고회사를 불러 고안했는데 관광 역사상 가장 성공한 마케팅이다. 씬 시티(Sin City). 죄의 도시라는 악명에 일조하긴 했으나 어찌됐든.
게다가 라스베이거스가 도박과 유흥으로 먹고 산다는 것도 철 지난 이야기다. 이 도시는 사실 마이스(MICE)산업으로 굴러간다. 미국 전역에서 가장 큰 200건의 컨벤션 중 60건이 개최되고 있다.
지난해는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를 시작하면서 12억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 슈퍼볼까지 유치했다. LVCVA 사장인 스티브 힐에 따르면 전부 마이스산업에 불을 지피는 장작이다. 그는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경우 컨벤션에 1년 내내 사용할 인프라를 만들 수 있다"고 올 초 말했다.
처음을 따지자면 카지노 재벌인 셸던 아델슨이 라스베이거스에 마이스의 씨앗을 심었다. 1970년대 전자박람회 '컴덱스'를 열고 '샌즈 엑스포 앤 컨벤션센터'를 건립, 복합리조트의 효시를 세운 샌즈그룹 회장이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가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도시로, 다시 마이스 중심지로 큰 배경에선 LVCVA의 도시 브랜딩과 추진력도 핵심적이었다고 봐야 한다. 국내 마이스산업에 결핍된 부분이다.
현재 마이스산업은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일원화되지 못했다. 컨벤션과 관광 쪽은 문화체육부, 전시회는 산업통상부가 담당한다. 산업부의 경우 전시 분야를 무역진흥과가 맡고 있는데 담당 사무관이 고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그마저 전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무 중 하나가 전시"라고 취재원이 귀띔했다. 지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처럼 산업의 존폐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컨트롤타워가 마땅치 않았다. 당시 코엑스가 전시회 위약금을 환불해주는 등 상생안을 내놓은 것도 생태계 명맥은 유지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달리 책임질 중심축이 없으니 코엑스가 형님 역할을 짊어졌다.
킨텍스의 경우 예산 문제 등으로 3전시장 건립이 늦어졌고 계획과 달리 주변에 별다른 인프라 없이 아파트만 남았다. GTX-A가 개통될 예정이지만 정작 역 입구는 킨텍스와 300m나 떨어져서 생긴다. 모두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탓이다.
최근 만난 국내 전시업계 관계자는 "마이스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했는데 그 때도 유망산업이라더니 아직도 유망산업"이라고 말했다. 만년 잠재력만 운운하고 정작 산업이 날지 못한다는 불만. 이륙을 위해선 LVCVA처럼 산업을 밀어줄 부스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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