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oard League Table]덩치 넘어선 내실…9위 현대엘리베이터의 '선전'[총점]총자산 3.4조에도 500개 기업 선두권, '견제기능' 전체 4위로 두각
고진영 기자공개 2025-01-14 07:11:06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Board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3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규모와 이사회 운영의 선진성엔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 통상 회사가 커질수록 거버넌스(Governance) 개선에 대한 압박도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산규모가 3조원대에 불과한데도 500개기업을 상대로 한 이사회 평가에서 10위권에 안착했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와의 갈등으로 이사회를 개편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theBoard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 결과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총 500개 상장사 가운데 9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만점 255점 중 192점을 충족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총자산 규모다.
2024년 9월 말 연결 기준으로 자산총계 3조3695억원을 기록했다. 10위권에 있는 다른 기업들이 모두 총자산 10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선전이다. 10위를 기록한 삼성전자(191점)보다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점수가 높았고 범 현대가(家) 중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10위권의 나머지 기업들을 보면 1위 삼성물산(209점)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9점), 3위 KT&G(203점), 4위 현대모비스(200점), 5위 기아차(199점), 6위 현대차(198점), 7위 삼성SDS(197점), 8위 KT(193점) 등이다. 범위를 20위까지로 넓혀도 총자산이 10조원 미만인 기업은 현대엘리베이터 외엔 롯데이노베이트(8200억원)와 LIG넥스원(3조8100억원)뿐이었다.
theBoard는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동지표를 기준으로 이사회를 평가하고 있다. 이 중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장 두각을 드러낸 분야는 '견제기능'이다. 45점 만점에 40점을 받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 4위에 올랐다.
견제기능 점수를 결정짓는 9개 문항 중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2개를 제외하고 전부 최고점이 매겨졌다. 특히 '주주가치 성과에 연동해 보수를 지급하는지'를 체크하는 부분에서 5점을 받은 점이 순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주가를 보수에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실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임원들에게 주는 장기성과급을 주가에 연동하고 있다. 우선 직전년도 인센티브의 25%를 기준금액으로 설정하고, 3년 뒤에 그 시기 주가와 비교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현정은 회장은 2020년 인센티브 17억원의 35%를 기준금액으로 설정했으며, 그 해 12월과 2023년 12월 평균 주가를 비교해 2023년 말 4억7600만원을 장기성과급으로 받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참여도'와 '정보접근성' 지표에서도 각각 16위, 18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참여도의 경우 대부분의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으나 감사위원회 회의가 연간 10회 미만 개최됐고 이사회 의안(안건)의 평균 통지기간이 3일로 짧은 게 감점요인이 됐다. 정보접근성에선 사외이사후보 추천 경로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점수를 갉아먹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3년 이후 이사회 운영정책에 적잖은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 해 8월 행동주의펀드인 KCGI자산운용이 공개서한을 보내 △지배구조 확립, 이사회 구성 개편 △구체적인 수익성 개선방안 발표 △독립적인 감사 선임 △임직원 성과평가 구조 및 보상체제 확립 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개서한에 대한 대응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2023년 11월 중장기 주주환원정책과 이사회운영정책을 새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 독립된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을 추가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바꿨다. 또 평가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를 대거 추가했으며 이사회 평가 역시 정례화했다.
이 밖에 '평가개선 프로세스'와 '경영성과'의 경우 각각 127위, 78위로 비교적 순위가 낮았다. 특히 평가개선 프로세스 점수가 가장 부진했데 내부 이사회 평가를 정기적으로 하면서도 개별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는 수행하지 않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회사 측은 "이사회 운영평가는 정성, 정량 지표를 배점화된 기준에 따라 평가 주체별로 기명 응답하여 수행하고 있다"며 "배점평가 방식의 한계를 정성지표에 대한 의견 서술을 통해 보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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