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Paper]해외법인 발행 늘어나나…포스코 '케이스 스터디' 한창크라카타우포스코, 자체 신용도로 조달 성공…대기업 외화채 선택지 확대 전망
이정완 기자공개 2024-08-27 07:15:44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15:3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시장 안팎에서 관심이 이어지는 딜이 있다. 바로 포스코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인 크라카타우포스코(PT Krakatau POSCO)의 글로벌본드 데뷔전이다.모회사인 포스코의 지급보증 없이 자체 신용등급만으로 흥행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국가에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국내 기업도 이 같은 사례를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크라카타우포스코, '투자적격' 등급에 관심 집중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물 발행 경험이 있는 민간기업은 크라카타우포스코 발행 사례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 영역에서도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스터디 차원에서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지난 5월 처음으로 글로벌본드 발행에 도전했다. 철강 수요가 확대되는 동남아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0년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함께 만든 합작법인이다. 현재 생산능력 300만톤 규모 고로1기와 열연·후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포스코의 지분율은 50%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그동안 글로벌 은행권을 통한 외화 대출이나 모회사 지원 등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2022년 제2고로와 냉연공장 신설을 위한 5년 35억달러 규모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자체 조달 필요성이 커져갔다.
포스코가 선택한 건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자체 조달이다. 본사와 현지법인이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조달 가능성을 타진했다. 우선 외화채 발행을 위해선 글로벌 신용등급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안정적인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선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적격 등급(Investment Grade)을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포스코와 함께 크라카타우포스코 설립에 참여한 크라카타우스틸의 국제신용등급이 포스코보다 낮아 IG 획득에 더욱 공을 들였다.
포스코는 신용평가사인 S&P에 채권 만기까지 크라카타우포스코 지분을 최소 50%로 유지한다고 약속했다. 이 덕에 S&P도 투자적격 마지노선인 ‘BBB-‘ 등급을 부여했다. S&P는 포스코에 ‘A-‘ 등급을 매기고 있다.
조달 전략 차원에서도 발행 경험이 풍부한 포스코가 도움을 줬다. 오랜 기간 한국물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해 대규모 조달을 이끌었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역시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을 향후 현지사업 성공의 선결조건으로 여기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결국 이 덕에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총 7억달러 조달에 성공했다. 3년물에 23억달러, 5년물에 26억달러 주문이 쌓였다. 금리는 각 동일만기 미국국채(T) 대비 168bp, 188bp 더한 수준으로 정해졌다.
◇MUFG서 후방지원 역할
크라카타우포스코의 한국물 발행은 모회사 지원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난히 주목을 받고 있다. 모기업 지급보증 없이 해외 법인이 자체적으로 조달한 사례는 현대캐피탈 미국법인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유일한 사례였다.
다만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사업장이 소재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이므로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에 위치한 크라카타우포스코와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현대자동차가 지분 80%를 직접 들고 있어 인도네시아 국영기업과 합작법인인 크라카타우포스코보다 여건이 더 낫다.
크라카타우포스코의 IG 획득에는 글로벌 IB인 MUFG증권도 도움을 줬다. 최영우 한국 자본시장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한국물 팀에서 후방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MUFG증권은 아시아 지역 내 이머징 마켓에서 다양한 딜을 경험해 IG 획득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MUFG증권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물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영국 바클레이즈증권이 한국 철수를 결정하면서 관련 인력이 대거 MUFG증권에 합류했다. 현재는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 상반기 한국물 주관 순위 5위에 오를 정도로 존재감이 커진 하우스다.
IB업계 관계자는 "크라카타우포스코 사례 이후 국내 대기업에서 해당 내용을 문의하는 경우가 생겼다"며 "해외 현지법인도 자체 사업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글로벌본드 조달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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