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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충전 스타트업 줌인]코스피 노리는 '채비', 상장 전 '매출 끌어올리기' 안간힘③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 충족 위해 '실적 관리'…CPO 속도 조절, 제조 '주력'

유정화 기자공개 2024-10-02 08:57:09

[편집자주]

국내에 전기차가 급격히 보급되던 2010년대 후반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은 저마다의 기술력으로 전기차 충전기 제조, 운영, 플랫폼 각 영역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기차 캐즘에 화재 우려까지 더해졌다. 그럼에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충전 밸류체인 스타트업의 성장 가치는 빛을 발하고 있다. 더벨은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들의 현황과 경영 전략, 향후 비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6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채비가 대규모 상장 주관사단을 꾸려 2025년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선 경영성과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상장 전 매출 확대와 손익 관리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충전업계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채비는 충전사업자(CPO)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기 보다 충전기 제조, 납품에 집중하고 있다. CPO는 충전기 설치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전력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말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주유소 사업과 유사한 개념이다.

채비가 충전기 제조에 집중하는 건 손익 관리를 위한 측면이 크다. 채비는 매년 매출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2022~2023년에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손익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액·시가총액 경영성과 요건 겨냥 유력

채비는 상장 주관사단을 선정할 당시만 해도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모두 열어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KB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 후 하나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뽑는 과정에서 유가증권시장 입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다 보니 채비의 최대 과제는 유가증권 시장 상장 요건 충족이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에 요건을 두고 있다. 관건으로 여겨지는 건 역시 경영성과 요건이다. 경영성과 요건은 △매출액·수익성 △매출액·기준시가총액 △이익액·기준시가총액 △기준시가총액·자기자본기준 △기준시가총액기준 등이 있다. 이중 하나를 선택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니콘 특례 상장'이라고도 불리는 기준시가총액 요건을 선택할 경우 매출액이나 이익 규모와 상관없이 상장이 가능하다. 채비는 상장 후 몸값을 2조원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시총 단독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이 없을 만큼 성장성을 입증하는 절차가 까다롭다는 평가다. LG그룹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오로지 시총 단독 요건만으로 상장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이미 자기자본과 매출액 요건을 만족시킨 상태였다.

과거 두산로보틱스도 유니콘 특례 상장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시가총액 및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시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매출과 자기자본이 아닌 기업가치 1조원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상장하는게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 분석이다.

채비의 선택지로는 매출액·기준시가총액 요건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요건은 최근 사업연도 기준 1000억원, 기준시가총액은 2000억원이다. 채비는 지난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B자산운용으로부터 1100억원의 투자를 받을 당시에도 4000억원이 넘는 포스트밸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채비의 지난해 매출액은 781억원이다. 요건을 충족하려면 올해 매출이 220억원가량 늘어야 한다. 2016년 설립된 채비는 설립 2년차 매출 11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 235억원 △2019년 253억 △2020년 376억 △2021년 503억 △2022년 537억 매년 성장세를 보여왔다.

◇2년 연속 적자, 제조 집중해 손익 관리…수출 '기대감'

매출 확대의 관건은 제조 분야다. 채비는 충전기 제조부터 설치, 운영, 사후 관리 등 충전 밸류체인 전 영역을 다루고 있다. 회사는 초기 급속 충전기를 제조해 납품하는 사업을 주로 했으나, 점차 정부 수주 사업을 통해 CPO 사업이 주력 BM이 됐다. 해외 사업에서는 잇따라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하면서 제조, 납품에 집중하고 있다.

채비는 올해 해외 수출 목표를 220억원으로 잡았다. 해외 성과가 뒷받침 된다면 매출 1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회사는 앞서 미국 전기차 충전 서비스사인 퀵차저와 2025년까지 3540대 규모의 400kW 초급속 전기차 충전 인프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외에도 사우디 전기차 충전기 운영사업자 아이차지(iCharge)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급속·초급속 충전기를 사우디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2025년까지 500기 이상의 충전기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순방 경제 사절단에 참여해 공급 계약을 5000기로 확장했다.

올해 CPO 사업에서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전기차 충전업계 한 관계자는 "채비는 국내에서 CPO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CPO 사업은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선투자를 하고 수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충전기 제조 분야는 사업자에 판매하는 구조라 매출 성과로 곧바로 이어질 뿐 아니라 손익 구조 개선에도 이점이 있다"며 "해외 수주 계약을 다수 따낸 만큼 CPO 사업 보다는 당분간 제조, 납품에 주력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기충전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채비가 CPO 보다는 제조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일부 지역 아파트에는 완속충전기 충전사업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무공해차누리집에 따르면 23일 기준 채비의 충전기 대수는 1만2752대다. 충전기 대수는 CPO 사업을 가늠하는 지표로, 대부분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규 충전기가 5373대 증가했는데, 올해 들어선 3328대 수준 확대하는 데 그쳤다. 10월부터 12월까지 충전기 공급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 인프라 구축 증가세가 완만해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제조와 CPO 운영 부문별 매출 변화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채비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은 제품매출과 기타매출로만 구분이 돼 있고, 이에 대한 설명은 기재돼 있지 않다. 채비 한 관계자는 "매출 비중에 대한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채비는 지난해 영업적자는 188억원이다. 1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 2022년에는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39억원, 142억원 수준이다. 공격적인 인프라 확장과 동시에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비의 유형자산 규모를 보면 2021년 173억원에서 2022년 639억원, 2023년 1038억원으로 급증했다.

채비는 제조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하면서 흑자를 기록하던 회사였다. 영업이익은 2019년 7억원, 2020년 13억, 2021년 22억원으로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 급격히 적자로 전환했다. 전기차 충전업체 한 관계자는 "채비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업체들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는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들어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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