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충전 스타트업 줌인]IPO 1호 타이틀 노리는 '채비', '조 단위 몸값' 가능할까①유가증권 목표 대규모 상장 주관사단 구성…'적자 해소·해외 성과' 관건
유정화 기자공개 2024-09-27 08:07:37
[편집자주]
국내에 전기차가 급격히 보급되던 2010년대 후반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은 저마다의 기술력으로 전기차 충전기 제조, 운영, 플랫폼 각 영역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기차 캐즘에 화재 우려까지 더해졌다. 그럼에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충전 밸류체인 스타트업의 성장 가치는 빛을 발하고 있다. 더벨은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들의 현황과 경영 전략, 향후 비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채비가 2025년 유가증권시장 입성 목표를 공식화 했다. 목표 몸값은 2조원 수준이다. 이를 위해 채비는 KB증권을 주축으로 삼성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등 4개 증권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주관사단도 꾸렸다.업계에서도 조 단위 몸값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채비는 5년 전인 2019년 500억원의 밸류로 평가받던 기업이었다. 국내 급속 충전기 사업자로 입지를 다지면서 지난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엔 4352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채비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채비가 조단위 몸값을 기대하는 배경은 뭘까.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 경험, 그리고 이를 통해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 우려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 성장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5년 만에 밸류 20배 이상 평가?…188억 영업적자 걸림돌
채비는 지난 8월 KB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후 대신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합류했다. 앞선 6월 중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경쟁 프리젠테이션(PT)를 진행했을 때 일부 증권사는 상장 후 몸값으로 2조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2016년 5월 설립된 채비는 여태껏 세 차례 라운드를 통해 1575억원을 유치했다. 첫 기관투자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다.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75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2021년 스틱인베스트먼트는 400억원, 2023년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함께 KB자산운용이 11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는 식이다.
2020년 5월 채비가 투자를 유치할 당시 RCPS의 발행가액은 13만2352원 수준으로, 당시 발행 총 주식수를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500억원 수준이었다. 1년이 흘러 2021년 7월 1주당 발행가액은 62만2837원, 밸류는 2871억원이다. 5배가 넘게 뛰었다. 2023년엔 발행가액이 70만원을 넘어서면서 밸류는 4352억원으로 평가됐다.
내년 조 단위 몸값으로 상장에 성공한다면, 2020년까지 500억이었던 기업가치가 5년새 20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채비는 투자금을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활용했다. 충전기를 보유한 만큼 몸값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기업밸류 측정에는 걸림돌도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채비는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인프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적자를 기록해왔다. 채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88억원으로 전년(138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몸값 책정을 위한 피어그룹 선정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북미 시장 전기차 충전기 1위 기업으로 불리는 차지포인트의 시가총액도 한화 약 1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5500여대 급속 충전기 보유…"해외 성과가 관건"
채비는 당초 코스닥과 코스피시장 상장 계획을 모두 열어두고 IPO를 준비했지만, 최근 코스피시장으로 가닥을 정했다.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린 이유다.
채비의 대표 제품은 급속충전기 라인업이다. 급속 충전기는 100kW 기준 설치비가 1기당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완속 충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2년차에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급속충전기 260대 구축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각종 정부 사업에 선정되면서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했다.
초기 시장을 선점한 채비는 공공 급속 충전기 마켓쉐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환경부 '2024년 전기자동차 공공급속충전시설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전체 공공급속충전시설 8338기 가운데 4799기가 채비의 충전기다. 점유율은 57.6%다. 민간 급속 충전기까지 합하면 채비는 급속충전기 5500여기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업체의 몸값을 가장 잘 가늠할 수 있는 건 충전기 보유 대수"라며 "충전기 마다 다르지만 충전기 값, 설치비,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급속 충전기 한 대당 5000만~1억원 사이 값으로 책정된다"라고 설명했다.
매출도 꾸준히 성장했다. 설립 첫해 1억6000만원이던 매출은 2년차인 2017년 111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매출은 △2018년 235억원 △2019년 253억원 △2020년 376억원 △2021년 503억원 △2022년 537억원 △2023년 781억원 등 성장세를 보여왔다.
또 다른 전기차 충전업계 관계자는 "채비가 조 단위 대어로 평가받을 수 있는 건 초기 정부 수주사업을 중심으로 초기에 급속 충전기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상장시 기업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건 채비의 해외 시장 성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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