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현물이전 점검]'환승고객' 잡기 혈안 “과한 이벤트 자제하라”②‘190조’ 머니무브 예고에 과열 경쟁 우려
황원지 기자공개 2024-10-08 08:02:32
[편집자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제도가 시행되면 가입했던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다른 사업자로 쉽게 옮길 수 있어 190조에 달하는 DC 및 IRP 적립금의 머니무브가 예상되고 있다. 사업자 사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더벨은 퇴직연금 업계의 준비 상황 및 논란거리를 미리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4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시행을 앞두고 사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리 사전예약을 한 고객에게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수수료 혜택을 주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타 은행, 보험, 증권사에서 넘어오는 ‘환승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경쟁이 뜨거워지자 금융감독원에서는 과도한 현금 살포를 자제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전까지 현금성 이벤트에서 평균 3만원까지 사용이 가능했으나, 이제부터는 고객 1인당 3만원만 가능하도록 제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경품 자제" 권고... 3만원 한도 제한도 강화
4일 퇴직연금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에게 현물이전을 앞두고 과한 이벤트를 자제하라는 지도를 내렸다.
퇴직연금은 고객을 끌어오는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정해져 있다. 퇴직연금 가입 및 이전과 관련해 경품 제공 광고를 실시할 경우 퇴직연금감독규정 제16조 제2항에 따라 특별이익은 3만원 이하에 한해 제공이 가능하다. 3만원 제한은 1인당, 연간으로 정해진다.
이번에 논란이 된 건 이 3만원을 평균값으로 해석하느냐다. 예를 들어 현물이전 상담을 하는 투자자 1000명을 대상으로 경품을 추첨하는 이벤트를 하는 경우 지금까지는 1등 상금으로 3000만원을 제공할 수 있었다. 1000명에게 제공하는 평균 특별이익이 3만원 한도를 만족한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현물이전을 앞두고 사업자들의 이벤트가 치열해지자 금융감독원에서 해석을 바꾸기로 했다. 평균 3만원이 아니라 1인당 3만원까지만 특별이익 제공이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진행한 퇴직연금 실물이전 이벤트에서 100만원 이상 실물이전을 완료한 고객에게 각 3만원의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관례적으로 이벤트에 들어가는 비용을 인원으로 나눈 평균값이 3만원을 넘지 않으면 됐는데, 이번에 1인당 가격으로 제한이 생겼다”며 “아쉽긴 하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칙이라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DC·IRP 적립금 '190조' 움직인다…증권사들 경쟁 치열
최근 퇴직연금 업계에서는 계좌를 이전해오는 환승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이벤트가 치열하다. 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업권의 참여가 활발하다.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상품군 및 투자방법에 한계가 있는 은행, 보험업권에서 증권업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사전예약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상담 신청을 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3000원 상당의 편의점 모바일 상품권을 주고, 주간 단위로 10명을 추첨해 치킨 쿠폰을 증정한다.
미래에셋증권도 사전 상담을 완료한 모든 고객에게 편의점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IRP 계좌 이전을 예약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커피 쿠폰을 지급하고, 1000만원 이상 자산을 이전하면 백화점 상품권 3만원을 전원 지급한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IRP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에 현물이전 정보를 등록한 고객에게 추천을 통해 3000명에게 치킨 쿠폰을 준다.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상품을 다양화하고 투자 추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작업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증권업계 최초로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 계좌까지 확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올초에 내놓은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MY AI’도 차별화된 서비스 중 하나다. 미래에셋증권도 개인연금랩이나 개인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등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가 치열하게 대응하는 건 이번에 이동이 가능해지는 적립금 규모가 19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94조3000억원이다. 이중 현물이전 제도 대상인 DC와 IRP의 적립금 총합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191조원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선 다양한 상품을 강점으로 은행 및 보험업권 등 타사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황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경영성과 모범 코오롱ENP, 이사회 견제기능 ‘미흡’
- [2024 이사회 평가]접근성 돋보인 대한제강, 아쉬운 이사회 구성 ‘과제’
- 푸른파트너스, 코팅코리아 인수에 힘 보탠다
- '공매도 재개' 헤지펀드 마중물 될까
- NH증권 직접수탁 비즈니스 파죽지세…12조 돌파
- [더벨 헤지펀드 포럼 2024]“헤지펀드 양극화, '유니크'가 생존 전략 ”
- [운용사 실적 분석]아샘운용, AUM 감소에 반기 성과 ‘주춤’
- [운용사 실적 분석]‘사모 집중’ 성공 웰컴운용, 성과 대폭 개선
- '글로벌 겨냥' 한국증권, 리테일 펀드 판매고 순증
- [지배구조 분석]김병욱 대표 회사 떠난다…2년만에 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