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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현물이전, '동일유형 재이동' 빗장 푼다 연금사업자 대상 소통…상반기 사전조회시스템 오픈

황원지 기자공개 2025-03-24 10:10:2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16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를 동일 유형 내 재이동이 가능하도록 손본다. 지금까지는 DC에서 IRP로 한 차례 이동한 계좌는 타사 IRP로 재차 현물이전이 불가능했다. 이에 증권업권에서는 은행업권에서의 퇴직금 이동이 원활하지 않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당국에서는 올 상반기 사전조회시스템을 만들고 하반기 중 연속 이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업무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퇴직연금 현물이전과 관련해 상반기 중으로 사전조회시스템을 오픈하고, 하반기 중으로 DC에서 IRP로 옮긴 계좌의 타사 이전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해지 없이 사업자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10월 말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첫 오픈을 앞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은행, 증권, 보험업권의 모든 사업자들이 예탁원을 중심에 두고 고객 계좌를 이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조율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산 시스템도 서로 다른 데다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오픈 시점이 예정보다 2주 밀리기도 했다.

현재 DC형 계좌에서 IRP로 옮긴 퇴직연금을 타사 IRP로 옮기는 건 막혀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에서 DC형에 가입돼 있던 고객이 우리은행 IRP로 자금을 옮겼다면, 이를 다른 증권사로 다시 현물이전을 시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DC와 DC, IRP와 IRP 사이 이동은 열려있지만, 이미 한번 유형을 바꿨다면 다시 현물이전은 안되는 것이다.

퇴직연금 사업자와 예탁결제원 양쪽의 문제인 것으로 파악된다. DC형과 IRP형의 상품 코드가 통일돼 있지 않아 전산상 충돌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시스템 상에서 서로 사업자가 다른 DC와 IRP의 상호이동은 막혀있다. 아직 현물이전 제도 초기 단계인만큼 서비스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퇴직연금 업계 관계자는 “일단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내부적으로 상품 코드를 통일하는 게 먼저”라며 “기초작업이 이뤄져야 예탁원에서도 나설 수 있는데, 아직 사업자별로 작업이 안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물이전 제도 시행 전후 비교(출처: 예탁결제원)

증권업계에서는 여기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제 막 퇴직을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금을 놓치게 되서다. 퇴직금 규모가 큰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부터 퇴직연금에 가입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은행의 확정급여(DB)형이나 DC형에 가입한 이들이 많다. 이들이 퇴직하게 되면 해당 자금을 인출하거나, 계속 운영한다면 IRP로 이동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 상에서는 은행에서 DC형으로 가입했던 은퇴자들은 증권사로 옮겨올 수 없는 셈이다.

중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퇴직하는 대기업 임직원들의 DC형 가입 규모가 상당한데, 대부분 은행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스템 때문에 고객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게 아쉬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하반기 중에는 제도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예탁원 등 당국의 역량보다는 사업자들의 몫이 큰 만큼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현물이전의 편의성을 제고해 고객들의 효용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현물이전 사전조회시스템도 상반기 중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시스템 상으로는 A사의 고객이 B사로 현물이전을 신청하면, 신청서를 접수하고 검토가 된 후에야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옮길 수 있는지 알려준다. 가지고 있는 상품이 5개라면, B사에는 이중 3개 상품만 라인업돼 있어 일부만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신청한 후에야 알 수 있다. 때문에 이전을 안 하고 취소하겠다는 고객도 많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미리 어떤 상품이 있는지 알수가 없어 취소율도 상당한 편”이라며 “양쪽 사업자 모두 비용만 쓰고 현물이전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조회시스템이 도입되면 앞으로 어떤 사업자로 이동하면 몇개 상품이 이동이 가능한지 미리 조회할 수 있다. 높은 취소율을 낮출 수 있어 현물이전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성을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이전 업무처리 현황(출처: 예탁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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