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04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세대 이동통신(6G) 시대가 오는 2028년까지 존버(끝까지 버티기)하면 승리한다는 건 누구나 알아요. 근데 당장 2028년까지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고민이네요."유명 통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서 통신업이 태동하던 1990년대에 성장한 곳이 이른바 '존버'라는 단어를 쓰는 건 이례적이다. 어두운 모습을 단 두 글자로 표현했다.
존버의 유명세는 문인의 손길로부터 시작됐다. 2012년 고 이외수 작가가 SNS에 청년들에게 '어떠한 역경도 견딜 수 있다'는 의미로 썼다. 하지만 2010년대 말 빚까지 끌어들인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폭락을 겪어도 버텨라'는 뜻으로 존버를 인용했다. 따스한 시선의 버티기에서 필사의 매달리기로 변했다.
이번 고난이 처음은 아니다. 통신소부장 기업들은 약 10년에 한 번 주기의 통신 사이클을 겪는다. 새로운 통신 규범 시기가 도래하기 직전에 곳간이 차고 새 통신 표준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 '농한기'를 맞이한다.
통신 사이클이 처음도 아닌데 올해 왜 더 힘들어할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시장이 반토막났다. 미·중 갈등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2019년 전까지 서구권 기업뿐만 아니라 화웨이, ZTE와 같은 중국 통신 장비사로도 제품을 공급했다. 대중 무역 금지는 길어지고 있지만 주요 고객이었던 화웨이는 건재하다.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31.3%로 1위다. ZTE는 13.9%로 4위다.
다만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르다. LTE 보급이 안정세를 탄 이후 일부 통신 소부장 기업들은 이종산업에 도전했다. 의료기기, 화장품, 심지어 김치까지 만들어봤지만 손에 남은 건 없었다. 기존에 해왔던 사업과 성격이 달랐다.
이러한 교훈을 살려 통신 소부장 기업들은 전공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쏠리드는 최근 스페인 카탈루냐의 최대 도시에 위치한 경기장에 5G 중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9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유럽 최대의 축구장이다. 뉴욕 지하철에도 중계기를 달았다. 뉴욕은 여전히 지하철에서 LTE가 잘 터지지 않는다. 사람이 몰리지만 통신은 열악한 곳을 노렸다.
6G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통신소부장 기업들은 춥고 배고픈 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고행을 잘 넘겨왔다. 업황이 어둡다고 해도 자신의 전공을 최대한 살려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주고 있다. '고난을 참고 목표를 위해 힘을 기른다'는 와신상담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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