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베인캐피탈 크레딧 맞손' 최윤범 회장, 배수진 전술 택했나투자기간 2~3년 기준 최대 7000억 필요 관측, 경영권 리스크 커져
이영호 기자공개 2024-10-11 08:00:52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09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베인캐피탈 크레딧과 연합전선을 꾸리면서 2.5%에 해당하는 자사주 공개매수에 시동을 걸었다. IB업계에선 크레딧펀드 투자기간과 목표 수익률을 감안할 때 향후 최 회장 측 자금조달 부담이 클 것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자칫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를 감내하더라도 MBK·영풍 연합에 공세에 맞서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10일 IB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과 베인캐피탈 크레딧은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지분 2.5%를 사올 계획이다. 베인캐피탈 크레딧은 특수목적법인(SPC) '트로이카드라이브인베스트먼트'를 앞세워 공개매수에 참여한다.
자사주 공개매수 신고서 등을 종합하면 최 회장 측 자금조달 구조는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베인캐피탈 크레딧은 SPC에 자기자금 900억원을 투입하고 우군으로 나선 한국투자증권이 3400억원의 대출금을 SPC에 투입한다. 약 4300억원 재원이 확보된다. SPC 신용보강은 최 회장 등 기존 주주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베인캐피탈 크레딧과 최 회장 측은 주주간계약에 '콜앤드래그(콜옵션+드래그얼롱)' 조항을 넣은 것으로 분석된다. 공개매수 신고서에 따르면 △베인캐피탈 크레딧은 주주간계약상 예외사유가 발생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고려아연 지분 매각을 요구할 수 있고, △최 회장이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베인캐피탈 크레딧 보유 지분을 사올 수 있다. 각각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과 콜옵션이 존재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콜앤드래그 조항으로 최 회장 측은 상당한 리스크도 짊어 지게 됐다. 자칫 경영권을 뺏길 수 있어서다. 여기에는 세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 번째는 SPC에 실행된 대출이 상환되지 않을 때다. 이 경우 담보로 잡힌 최 회장 측 지분이 동반 매각될 수 있다. 다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문제가 되는 건 베인캐피탈 크레딧의 엑시트와 고려아연 주가 변동성이다. 최 회장이 콜옵션으로 베인캐피탈 크레딧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면 최 회장 경영권에는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콜옵션 행사를 못하거나, 주가 하락에 따른 추가 담보 제공을 하지 못할 경우 드래그얼롱이 발동된다. 최 회장 측 지분이 강제 매각된다. 최 회장에겐 최악의 수다.
콜옵션 실행시 최 회장 측이 감당할 금액은 크다. 베인캐피탈 크레딧의 내부 목표 수익률(IRR)은 15~18% 수준이다. 크레딧펀드 투자기간은 통상적으로 2~3년 정도다. 만약 2년 후 IRR 18%에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가정이라면 최 회장 측은 2.5% 지분을 약 6000억원에 사와야 한다. 투자기간이 1년 더 길어진다면 매입 규모는 7000억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추산된다.
공개매수 후 고려아연 주가 추이 역시 변수다. 공개매수 후 주가는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고려아연 주가가 약정 담보 범위를 벗어날 경우 추가 담보가 필요하다. 최 회장의 담보 여력이 부족할 경우에도 드래그얼롱이 발동돼 경영권이 리스크에 노출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표면상 크레딧 투자이지만 최 회장 입장에선 연간 두자릿수 이자의 급전을 끌어다 쓴 것과 다름없다"며 "앞서 한국투자증권 투자가 좌절됐고 백기사로 분류되는 기업들도 경영권 분쟁 참여에 소극적인 스탠스여서 자금조달에 고민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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