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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찜찜했던 한진칼 주총

이영호 기자공개 2025-04-11 10:38:36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지나갔다. 여전 재계를 달구는 고려아연을 비롯해 여러 이야깃거리를 가진 기업들이 연달아 주총을 열었다. 항공업계에서도 눈길을 끄는 주총이 있었다. 대명소노 이사진이 대거 진입하려다 무산된 티웨이항공 주총도 그 중 하나였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한진칼 주총이었다.

올해 한진칼 주총에는 2대주주인 호반건설 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호반건설 등판이 인상적이었던 한진칼의 2대주주이자 단일주주 기준 최대 지분(17.9%)을 들고 있는 곳이어서다.

때마침 호반그룹과 LS그룹은 해저케이블 기술을 두고 분쟁 중이다. 이에 호반그룹은 호반건설을 앞세워 LS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입장이지만 경영권 분쟁까지 염두한 카드로 읽히면서 재계 긴장감이 높아졌다.

당시 주총이 열리는 한진빌딩 앞에서 '뻗치기'를 하던 기자로서도 관심이 갔다. 그간 과감성을 고려하면 호반건설은 이날 주총에서 뭔가 메시지가 내놓을 것이라고 직감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호반건설은 주총장에서 회사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사보수 한도 상향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사 보수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에 반대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사 1인'에 대한 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말한 이사 1인이 누구인지 지목되진 않았지만, 그 1인이 누구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다. 결국 해당 안건은 투표가 진행됐고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지지 속에 74% 정도 찬성을 이끌어내며 가결됐다.

단순히 안건 반대 의사를 표한 것만으로 두 그룹 간 분쟁 가능성을 넘겨짚긴 어렵다. 오히려 찬성 일변도 주총보다는 여러 주주들의 찬반 의견이 오가는 주총이 장기적인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향후 과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앞서 조 회장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던 한진그룹이다. 조 회장의 취약한 지분구조가 분쟁 원인으로 꼽힌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5.78%를 쥐고 있는데, 호반건설 보유 지분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물론 조 회장 측 백기사들이 버티고 있어 현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견고해 보인다. 대한항공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순항 중이라 외부에서의 경영권 공격 명분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연합 전선으로 지탱하는 지배력은 영원할 수 없다.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면 우군도 돌아서는 게 시장 섭리다. 단순 해프닝이었지만 이번 주총에서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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