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MBK의 영풍정밀 공개매수, 계획된 실패였나2500만원으로 2000억 묶어둔 격, '제한된 실탄' 최윤범 측 화력 분산 효과
이영호 기자공개 2024-10-16 08:05:44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13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병행했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예상보다 싱겁게 끝이 났다. MBK 청약물량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MBK로서는 전화위복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로 목표 물량을 확보하면서 영풍정밀 공개매수 결과는 사실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MBK는 영풍정밀에 2000만원에 불과한 소액을 지출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저지하고자 거액 자금을 투입했다. 그렇지 않아도 재원이 제한적인 최 회장 측 화력을 최소 비용을 들여 분산시켰다는 설명이다. MBK의 계획된 실패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15일 IB업계에 따르면 MBK는 전날까지 진행한 영풍정밀 공개매수로 단 830주의 청약물량을 확보했다. 당초 계획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의 저조한 매입 규모다. MBK는 고작 2490만원만 공개매수 대금으로 지출하게 됐다.
MBK는 지난달부터 한 달간 고려아연,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병행했다. 영풍정밀에 대해선 공개매수가를 3만원으로 설정하고 중립 유통물량 주식의 전부인 684만801주(43%)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최 회장 측도 PEF 운용사 제리코파트너스를 앞세워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섰다. 앞서 11일 제리코파트너스는 영풍정밀 공개매수 수량을 393만7500주(약 25%)에서 551만2500주(약 35%)로 늘리고, 공개매수가는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영풍정밀 주가가 떨어지자 청약률을 높이고자 물량과 단가를 모두 올렸다.
이로써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최 회장 측이 투입하는 금액은 1381억원에서 1933억원으로 약 550억원 늘어났다. 매매 수수료와 기타 금융비용을 모두 포함한 비용이다. 목표 공개매수 청약물량을 모두 소화했을 때 실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다. 재원 마련이 빠듯했던 최 회장이 6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증액하며 영풍정밀을 MBK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MBK가 영풍정밀을 노렸던 이유는 고려아연 지분을 1%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 있다. 그러나 MBK가 '본게임' 격인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5.34%를 청약물량을 확보하며 얘기가 달라졌다. 영풍정밀 공개매수 결과와는 상관 없이 사실상 임시주주총회에서 MBK·영풍 연합이 과반 수준 의결권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IB업계에선 MBK가 영풍정밀을 미끼로 삼아 계획된 실패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MBK가 단 2500만원으로 최 회장 자금 약 2000억원을 묶어둔 형국이 됐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집중해야 할 최 회장의 화력을 영풍정밀로 분산시켰다. 결과적으로 MBK는 최 회장의 자금력 약점을 이용, 최소 비용으로 큰 이득을 본 셈이다.
최 회장 측은 두 공개매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거금을 마련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컸다. 두자릿수 보장수익률, 고려아연 경영권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베인캐피탈과 손잡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일가 지분도 대출을 위한 담보로 내놨고, 영풍 지분을 매도한 이유 역시 공개매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론적이지만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가 나오면서 최 회장 측 카드가 자충수처럼 작용하는 면이 생겼다"며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도 청약 규모에 따라 역으로 MBK·영풍의 임시주총 의결권 지분율이 과반을 넘도록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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