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미국에 올인' 성 김·호세 무뇨스 앞세워 위기 돌파④트럼프발 악재, 외교통·판매전문가 통해 극복…핵심 성장발판 사수 의지
고설봉 기자공개 2024-11-18 09:22:15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인사 시계가 빨라졌다.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글로벌 톱티어로 부상했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트럼프발 위기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차 선점을 위한 과제도 무겁다. 현대차그룹은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인사를 앞당기고 있다. 최고의 순간을 열어간 임직원 보상과 함께 미래지속성장을 위한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올해 말 인사를 조망하고 2025년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11: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체제 출범에 맞춰 미국 전문가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대표이사(CEO)로 선임하고 미국 외교계 거물인 성 김(Sung Kim)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사장으로 임명했다.현대차그룹은 15일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임원 수시인사를 실시했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혁신을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파격을 선택했다.
현대차그룹은 “우수한 성과 창출에 부합하는 성과주의 기조를 이어감과 동시에 미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내부 핵심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인사”라며 “성과·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그룹사 대표이사에 과감히 배치하는 등 조직 내실 강화 및 미래 전환 가속화를 함께 고려한 점이 주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의 상징인 현대차 수장이 2020년 이후 4년 만에 교체된다. 현대차는 글로벌 관리체계 고도화 및 고객 중심 모빌리티 리더십 확보를 지속하기 위해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무뇨스 사장은 내년 1월 1일 정식 취임한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했다.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통해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미주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아중동 등 해외 권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돋움했다. 더불어 현대차 사내이사로 역할이 확장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검증된 경영자로 입지를 공고한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을 증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공헌했다. 이번 인사는 그의 공헌에 대한 성과보상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성과·능력주의, 글로벌 최고 인재 등용이라는 인사 기조에 최적화된 인재라는 판단하에 현대자동차 창사 이래 최초 외국인 CEO로 내정됐다”며 “향후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현대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의 백미는 성 김 사장 발탁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룹 싱크탱크 수장으로 김 사장을 임명했다. 현재 그는 현대차 고문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내년 1월 1일 사장으로서 역할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 사장의 아직 보직은 확정되지 않았다. 취임 즉시 구체적인 보직을 부여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대외협력과 홍보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전기차보조금 폐지 등 공략으로 미국 사업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을 대신해 대미 대외협력 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영입은 그룹 싱크탱크 역량 제고 및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 김 사장은 글로벌 대외협력,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및 연구, 홍보·PR 등을 총괄하면서 그룹 인텔리전스 기능 간 시너지 제고 및 글로벌 프로토콜 고도화에 기반한 대외 네트워킹 역량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체제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권역에서 활동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의 최고 전문가다. 동아시아 및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 왔다.
특히 그는 2018년 북미 대화 과정에 깊이 관여하며 미국의 ‘북핵통’으로 전문성을 인정 받았다. 당시 김 사장은 ‘경력공사(Career Minister)’로서 한국대사와 6자회담 수석대표, 한국과장, 대북정책특별대표, 동아태 부차관보 등을 지냈다. 경력공사는 미국 국무부가 외교관에게 부여하는 최고위직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 다음이다. 이후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각별한 지지를 받으며 인도네시아 대사에 부임했다.
서울 태생인 김 사장은 1970년대 중반 부친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했다.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하고 로욜라 로스쿨과 런던정경대(LSE)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필리핀 대사로는 2016년 11월 부임했다. 미국 국무부 은퇴 후 2024년 1월부터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과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왔다.
현대차그룹이 파격 인사를 통해 미국 전문가들을 CEO와 대외협력 사장 등으로 임명한 것은 그만큼 미국 시장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다. 미국 시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 성장시킨 발판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세가 급변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 진출 35년만에 혼다를 추월해 시장 점유율 기준 5위에 올랐다. 이후 2023년 4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가 발표한 미국 신차 판매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9.9%, 2022년 10.6%, 2023년 10.7%를 각각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선전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미래차 확대의 결과였다. 내연기관 판매량이 일정 수준에서 멈춰선 가운데 미래차를 중심으로 판매량 호조를 지속해왔다. 특히 경쟁사 대비 앞선 기술력과 디자인 등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차츰 미래차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현대차의 성장동력인 미래차 시장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 규모 전기차 보조금의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는데 보조금이 폐지되면 사업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거론하는 보편관세(10%)도 부담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100일 내 보편관세, 대중국 60% 관세, 상호무역법의 관세정책 패키지를 시행할 것이란 계획을 내비췄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직접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을 위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메타플랜트 가동해도 최대 100만대 이상을 감당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완성차는 165만대를 넘었다. 이에 약 65만대가량은 여전히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해야 한다. 10% 관세를 부과받게 되면 현대그룹은 매달 3000억~6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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