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의 밸류업 승부수]저평가 극복 시급한데…'EV 캐즘·중국 LCD 공습' 고심전장사업 합작사 '1000억 적자' 현실화, BOE 패널가격 상승 악영향
김경태 기자공개 2024-11-21 07:45:00
[편집자주]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기업가치제고(밸류업)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직접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설 정도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또 최근에는 밸류업 공시에 주주환원 등에 관한 과감한 내용도 담았다. LG전자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 요인이 존재하지만 뚫고 나가야 할 과제들도 적잖다. 특히 연말 임원인사를 코앞에 두고 조 사장의 행보와 성과 평가가 유독 주목받는 중이다. 그가 부임 후 보여준 밸류업 행보를 짚어보고 과제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는 전장사업이다. 그룹의 주력사로 부상한 LG에너지솔루션과는 별개로 11년 전 비히클컴포넌트솔루션즈(VS)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자동차 부품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전기차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LG전자도 사업 성장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 따라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전기차 밸류체인에 속하는 기업들이 주가에 악영향을 받는 상황이라 밸류업을 노리는 LG전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계열사 LG디스플레이가 한국 LCD 최후의 보루인 중국 공장을 현지 기업에 매각 추진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기업들이 LCD 가격을 올리면 이를 구매해야 하는 LG전자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공산이 있다.
◇VS·BS사업부 '반전 절실'…마그나 합작사·ZKW '대규모 손실'
LG전자에서 자동차부품 사업을 하는 VS사업본부는 2013년 신설됐다. 당시 인포테인먼트 부품 사업을 하던 카(Car)사업부, 전기차용 동력계 부품을 개발하던 EC(Energy Components)사업부, 2013년 인수한 자동차 부품 설계 엔지니어링 회사 브이이엔에스(V-ENS)를 하나의 사업본부 통합했다.
VS사업본부는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LG전자의 새로운 효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이상징후가 발생했다. LG전자는 작년 3분기 컨퍼런스콜까지만 해도 연말 수주잔고 목표를 100조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음 컨콜에서는 이에 관한 언급을 자제했다.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다시 연말 100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유지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올 3분기 컨콜에서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VS사업본부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않았다.
실제 LG전자의 올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VS사업본부의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진다. 3분기 매출은 2조61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1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보다 99.2% 급감한 수치다. 누적 기준도 마찬가지다. 3분기 누적 매출은 7조9651억원으로 5.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5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LG전자가 자동차부품사업을 위해 2018년 약 1조4000억원을 들여 사들인 차량용 조명회사 ZKW도 부진하다. 'ZKW Lichtsysteme GmbH'의 올 3분기 매출은 19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4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었다.
ZKW 계열 중 서비스업을 하면서 LG전자의 연결 종속사에 포함된 'ZKW Group GmbH'은 손실을 거두고 있다. 올 3분기 매출 443억으로 전년 동기보다 100억원 가량 늘었지만 당기순손실 107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2020년에는 글로벌 자동차부품사 마그나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33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누적 당기순손실은 1065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장악' LCD 가격 상승, HE사업본부 수익성 영향 불가피
LG그룹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중국 대형 LCD 패널 공장으 매각하는 점도 LG전자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 9월 26일 중국 광저우 대형 LCD 패널 및 모듈 공장 지분을 중국 TCL그룹의 자회사인 CSOT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금액은 108억 위안(한화 약 2조300억원)이며 처분예정일자는 오는 내년 3월 31일이다.
LG전자는 복수의 사업본부에서 LG디스플레이에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TV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가 대표적이다. VS사업본부,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 역시 LG디스플레이와 거래를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이어 거래액이 큰 수급처는 중국 BOE다.
삼성에 이어 LG까지 LCD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중국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졌다. 중국업체들은 점차 LCD TV용 패널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을 통제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삼성과 LG 모두 TV사업 수익성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LG전자의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E사업본부의 LCD 모듈 매입액은 3조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증가했다. BS사업본부의 LCD 모듈 매입액은 7024억원으로 7.8% 늘었다.
LG전자의 플랫폼 기업 변모 추진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LG전자가 기존에 판매한 구형가전, 앞으로 판매할 신형가전이 중요한 기반이다. 자체적인 하드웨어 경쟁력을 통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 때문에 조 사장 역시 TV 판매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올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4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꼭 강조하고 싶은 게 우리가 플랫폼 사업으로 간다고 할 때 TV를 많이 팔지 않고 플랫폼 사업으로 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라며 "TV는 여전히 많이 팔아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전장사업과 TV사업의 수익성 악화는 조 사장이 제시한 2030년 '트리플 7' 달성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리플 7은 매년 매출성장률 7%, 영업이익률 7%, 상각전영업이익 배수(EV/EBITDA Multiple) 7배를 달성하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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