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전략 수정…글로벌 생산거점 육성 7880억 투자, R&D·생산·판매 체계 고도화…내수·수출기지 활용, '미국 리스크' 상쇄
고설봉 기자공개 2024-12-16 11:05:57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중국시장 부활을 추진한다. 2016년 이후 침체를 겪었던 중국시장에 다시 승부수를 띄웠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중국 내 시장 지배력이 약화된 틈을 노려 전기차 등 미래차와 내연기관 풀라인업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내 생산을 늘려 내수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수출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나날이 고조되는 글로벌 긴장과 무역 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발 리스크 등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만약 현대차가 안방인 미국에서 타격이 생길 경우 이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미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다시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8년여 만에 통큰 재투자…R&D부터 수출기지까지
현대차 중국 합작사인 북경자동차(BAIC)는 "북경자동차 인베스트먼트와 현대차는 베이징현대에 80억위안(약 1조5700억원)를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11일 공시했다. 현대차는 이중 절반인 40억위안(약 7880억원)을 부담한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북경자동차가 지분을 절반씩 가진 현지 합작사로 이번 공동 투자 역시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로 베이징현대 자본금은 5조7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자본력을 키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신차를 개발하는 한편 인근 수출을 위한 생산량도 늘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의 투자 확대는 급변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승부수다. 중국 시장이 현지 전기차 기업을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최근 현지 판매 부진으로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중국 내 가장 활발한 투자를 펼쳤던 폭스바겐은 중국발 리스크로 독일 본사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2016년 일찌감치 중국시장에서 몸집을 줄이며 타격을 피했다. 현대차는 북경자동차와 과거 5곳(베이징 1~3공장, 창저우, 충칭)까지 공장을 늘렸었다. 그러나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논란과 이후 한한령 등으로 현지 사업이 부진하면서 일부는 매각했다. 현재는 3개 공장만 가동 중이다.
이 같은 외형 축소는 현지 판매량 저하로 이어졌다. 2016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 차량만 114만대에 달했는데 올해 들어선 10월 누적 10만대 선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2016년 이후 현지 투자가 중단됐던 만큼 최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겪는 중국발 위기에선 자유로웠다. 상대적으로 지난 8년여간 체력을 비축하고 시장 재편을 기다린 셈이다.
중국시장은 자국 브랜드인 BYD·지리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같은 미래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현대차의 미래차도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북경현대의 중국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증자”라며 “중국과 한국 경제 협력의 건전한 발전, 베이징시 정부 지원, 양사 주주들의 공동 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시장 장기적 발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투자”라고 밝혔다.
◇세계 1등 시장…미국발 리스크 상쇄할까
중국은 2009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소득 증대와 함께 수요가 증가하며 중서부 내륙 지역에서도 주요 업체들이 생산능력과 판매망을 늘리며 판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3년 추이를 살펴보면 꾸준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21년 중국 시장에서는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전년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락다운 시행의 기저효과로 판매가 회복세로 전환됐다. 이후 2022년에는 구매세 인하, 신에너지차 번호판 확대 등 자동차 소비정책 실시와 업체 판촉이 확대되면서 연간 판매가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2023년에는 중국시장에서 2193만대 이상 자동차가 판매됐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NEV 시장의 성장 및 정부의 지원 등의 결과다. 올해 9월 말 누적 판매량은 2023년 동기 대비 1.8% 1501만대다. 내연기관차와 HEV의 판매 부진의 결과다.
현대차는 이러한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현지에선 미래차 중심의 생산·판매를 펼쳐나갈 계획이다. 특히 중국 내 현지 우수 기업과 협력을 통해 중국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더 많은 제품을 개발한다. 북경현대는 2025년 첫 전용 EV 모델을 출시하고 2026년부터는 HEV 포함한 NEV 5종 신차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더불어 현대차는 북경현대를 글로벌 생산·판매 주요 거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In China for Global’ 이라는 전략에 따라 브랜드, 기술, 제품, 인재, 자본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지 R&D 역량 강화를 통해 생산시지 역할에 힘을 싣는다. 현대 중국(연태) 기술연구센터와 현대 중국(상하이) 선행 R&D 센터를 통해 북경현대 제품의 지능화, 전동화 및 미래 기술 분야의 현지 R&D 역량을 강화하여 신제품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국 내수 판매 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국 등과 비교해 제품 개발 및 제조 단가가 싼 중국에서 생산해 주변국에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또 공장을 폐쇄한 러시아시장도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북경현대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글로벌 시장 수출을 지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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