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밥캣 놓친 두산로보틱스, 과제로 남은 '신뢰 회복'재편안 없던 일, 3일 이후 주가 20% 하락…"아직 대안 발표 계획 없어"
이호준 기자공개 2024-12-19 13:42:3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지난 10일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안이 철회됐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신설 법인으로 분리한 뒤 이를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해 합병하는 것이 핵심이었죠. 지난 7월 11일 처음 발표됐으니 나온 지 155일 만에 '말짱 도루묵'이 됐습니다.
두산그룹은 7번의 정정보고서를 통해 합병 비율을 재산정했고 그 당위성을 시장에 오래 설명해 왔습니다. 금감원이 지난달 이를 받아들이고 승인했지만 비상계엄 문제가 변수가 됐습니다. 회사가 분할·합병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가가 2만890원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을 사주겠다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제공했는데 비상계엄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2만1000원대에서 1만7000원대로 하락한 것이죠.
주식매수청구권을 대비해 두산에너빌리티가 정한 주식 매수 한도는 6000억원.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인해 필요한 자금이 이를 크게 초과할 상황에 직면하자 두산그룹은 결국 아쉬움을 남긴 채 철회를 결정했습니다.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상황에서 이제 주목할 곳은 한 곳입니다. 두산밥캣과의 합병을 목표로 했던 협동로봇 제조사 두산로보틱스입니다.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비상계엄 사태가 시작된 지난 3일 6만5200원이었으나 12일 종가는 약 20% 하락한 5만2300원을 기록했습니다. 사업 재편안 발표 이후 기록한 고점(9만2200원)과 비교하면 무려 44%의 하락폭입니다.
◇Industry & Event
투자자들이 실망한 이유는 '알짜' 두산밥캣을 품지 못한 점 때문이겠죠. 현재 두산로보틱스는 성장 단계에 있습니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함께 두산그룹이 키우고 있는 3대 신사업 계열사 중 하나로 그룹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유망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를 잘 생각해보면 두산로보틱스가 아직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실제로 두산로보틱스는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연간 적자가 234억원에 달합니다. 곳간에 돈을 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회사가 버티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진행한 기업공개(IPO) 덕분입니다. 당시 두산로보틱스는 약 4200억원을 조달했으며 이는 협동로봇에 대한 높은 관심 덕분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상장 전 81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작년 말 3820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협동로봇 시장은 개발과 제조에 필요한 기술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이 2009년 최초의 협동로봇을 선보인 이후 국내외에서 협동로봇 제조사들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죠. 두산로보틱스가 마냥 안주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채워 둔 돈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보유 현금성자산이 2942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불과 1년 만에 1270억원의 현금을 사용한 것으로 매 분기 약 3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유출되는 상황입니다.
◇Market View
결국 그룹 차원이든 두산로보틱스 개별이든, 시장에 두산밥캣 없이도 잘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더 심어줘야 합니다. 혼자서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시장이 이 주식을 매수할지 말지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일단 사업 재편안 이전까지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지난 7월 이전에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제시했습니다. 목표 주가도 12만원대를 기록할 만큼 높았습니다.
사업 재편안이 철회된 10일 이후, 증권가에서 나온 리포트는 아직 없습니다. 두산로보틱스뿐만 아니라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다만 올해 하반기 들어 두산로보틱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었습니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12월 3일 리포트에서 두산로보틱스의 목표 주가를 12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는 "유럽 협동로봇 수요 부진으로 인한 2027년 실적 전망치 하향 및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1월 5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단기 실적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목표 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으나 "높은 판관비로 인해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연간 적자가 16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Keyman &Comments
정리하자면 알짜 자회사를 품는다는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두산로보틱스의 상황 역시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번 사업 재편은 그룹 차원의 결정입니다. 지배구조를 바꾸는 일이고 두산로보틱스가 이를 주도할 만한 확고한 위상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상황을 분석하고 향후 계획을 내놓는 건 오너나 그룹 지주사인 ㈜두산, 그리고 두산에너빌리티의 C레벨 경영진의 역할이겠죠.
직접적인 의견을 듣기는 어려웠지만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4차 주주서한을 통해 "당장 본건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하여 대안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며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에게도 사업재편안 철회에 대한 등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주가 변동으로 구체적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별도의 대응책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며 "시장 수요 둔화 등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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