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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 톺아보기]미술품 구매 대중화’ 열매컴퍼니, 미술금융회사로 도약①사모펀드 1000억 목표…미술 자산 가격산정 프로그램 구축

이채원 기자공개 2024-12-20 07:34:28

[편집자주]

미술품, 음악 저작권, 건물, 한우, 웹툰까지 쉽게 사지 못하던 고가의 유·무형 자산을 조각투자로 살 수 있는 시대다. 2010년대부터 관련 사업을 벌이던 다수 조각투자업체는 2022년 말 파도를 맞닥뜨렸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서비스가 증권성을 가진다고 판단함에 따라 몇몇 업체는 사업을 잠시 중단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토큰증권(STO) 법제화 논의가 이어지면서 조각투자 시장이 더욱 다양화되고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STO시장 개화를 기다리며 사업을 꾸려나가는 조각투자 사업자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 전시장에서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열매컴퍼니의 시작이었다. 회사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고가 미술 작품을 누구나 소유할 수 있도록 ‘아트앤 가이드’ 플랫폼을 내놓은 것이 열매컴퍼니의 출발이었다.

아트앤 가이드에서는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으로 꼽히는 김환기, 이중섭, 이우환, 박서보 등의 작품 소유권을 10만원에 살 수 있다.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조각투자를 발행하는데 있어 가치평가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따라서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자체 솔루션을 개발했다.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조각투자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미술금융회사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현재 데이터 기반 미술품 가격 산정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자회사 열매아트대부를 통한 미술품 담보대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는 향후 금융권과 협의해 미술품 사모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만들 계획이다. 미술 금융시장에 자금을 더욱 수혈해 한국 미술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미술품 담보대출 사업 확장

열매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미술금융시장은 씨티은행,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 등 대형 금융사가 주도해 36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1금융권에서 약 30조원, 자산운용사 등 제 1금융권에서 약 3조원,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헤리티지 옥션 등 미술품 옥션 시장에서 약 3.5조원 수준의 시장이 형성됐다.

이에 반해 국내 미술금융시장은 규모가 작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글로벌 미술 금융시장은 36조원의 큰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국내 미술금융시장 규모는 300억원 이내로 추정된다”며 “현재 국내에서 미술품을 기초로 대출을 해주는 곳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고 일부 대부업의 형태로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10여년 전 1, 2금융권을 중심으로 미술품 담보대출이 시도됐으나 당시 전문적인 가치평가 시스템이 전무했고 담보물 매각 등에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지금은 사라진 상태다.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조각투자를 발행하면서 미술품 가치평가 솔루션을 구축한 것을 기반으로 미술품 담보대출 사업을 키울 방침이다. 회사는 서울옥션, 케이옥션을 비롯한 국내옥션 10개사의 거래 데이터 27만건과,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글로벌 옥션사의 거래데이터 50만건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내부 미술품 투자 전문가들이 수집한 77만건의 미술품 거래 데이터와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해 미술품 가격산정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열매컴퍼니는 이 데이터를 미술품 투자 전략 수립 및 적정 가격산정에 활용하고 있다.

미술품 가격산정 프로그램은 자회사 열매아트대부에서 미술품 담보대출을 하는데 크게 쓰인다. 회사는 향후 미술품 담보대출 사업을 확대해 미술금융회사가 되기 위한 기반을 닦을 예정이다. 김재욱 대표는 “현재 열매아트대부의 채권잔액을 50억원 이하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내년부터는 더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나아가 미술품 사모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미술품 사모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만들어 제도권 내에서 미술금융을 확대하고 더 많은 자금을 미술시장에 끌어들이고 싶다”고 전했다.

◇미술 작품 소유권, 10만원에…내년 패키지 4호 예고

2016년 출범한 열매컴퍼니는 2018년 10월 온라인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앤 가이드’를 선보이며 투자계약증권을 포함해 총 178회의 미술품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시작은 김환기 작가의 ‘산월’이었다. 산월 작품을 4500만원 규모로 공동구매했다. 2019년에는 이중섭 작가의 ‘무제’, 이우환 작가의 ‘조응’, 도상봉 작가의 ‘정물’, 백남준 작가의 ‘Untitled’ 등 30개의 미술작품의 조각투자를 실시했다.


2020년에는 23건의 미술품을 조각투자 상품으로 내놨으며 2021년에는 62건의 공동구매를 진행해 미술품 조각투자 영역을 빠르게 확보해나갔다. 2022년에도 55건의 미술품을 플랫폼에 올렸다.

다만 회사는 금융당국의 증권성 판단을 받고 약 1년 간 공동구매를 멈췄다. 금융당국은 2022년 말 열매컨퍼니를 포함한 5개 조각투자 서비스가 증권성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이후 지난해 7월 미술품 등 5개 조각투자사업자의 사업 재편을 승인하고 투자계약증권 도입을 위해 증권신고서 서식을 전면 개정했다. 따라서 열매컴퍼니를 포함한 조각투자업체들은 지난 1년 간 사업을 중단했고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제출 준비에 몰두했다.

열매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투자계약증권 승인을 받아 청약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조각투자 상품이 투자계약증권으로 발행된 첫 사례였다.

올해 6월에는 이우환 작가의 2007년 ‘다이얼로그(Dialogue)’ 300호 작품으로 2호 투자계약증권 청약을 실시했다. 이우환 작가는 국내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작가로 일본,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블루칩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회사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세 번째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시작했다. 3호 증권의 기초자산은 요시토모 나라 작가의 드로잉 작품 세 점이다. 3-1호. 3-2호, 3-3호의 합산 모집액은 총 7억원이다.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제 3-1호 투자계약증권인 요시모토나라 ‘무제’의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률 205.25%를 기록했다. 3-1호 투자계약증권의 발행가는 1억 8000만원으로 주당 10만원씩 총 1800주가 발행된다. 이어 이달 3-2호, 3-3호 투자계약증권 공모 청약도 이어졌다.

내년에는 패키지 형태로 4호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패키지 발행은 펀드처럼 하나의 증권신고서 내에 여러 개의 작품을 묶어 발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요시모토나라 ‘무제’. 출처 : 열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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