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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어피너티의 렌터카 딜레마

임효정 M&A부 차장공개 2024-12-20 08:13:02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체스에서는 특정 수를 두면 상대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남기는 ‘트랩포지션’이 있다. 상대를 몰아가는 전략이지만 잘못 빠져들면 스스로가 덫에 걸린다. 최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피너티는 렌터카 시장에서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미 2위 사업자인 SK렌터카를 손에 넣은 이상 시장 1위인 롯데렌탈까지 인수하지 않으면 전략적 우위를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거래의 시작부터 엑시트까지, 어피너티의 고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피너티는 지난 8월 SK렌터카를 약 8200억원에 인수하며 업계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롯데렌탈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PE들이 롯데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원매자에게 1위 사업자를 뺏기게 되면 SK렌터카 인수의 전략적 가치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렌터카 시장에서 2위와 1위의 격차는 곧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의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피너티가 이미 SK렌터카를 높은 밸류에이션에 인수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롯데렌탈 역시 그에 버금가는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현재 롯데렌탈의 기업가치는 지분 100% 기준으로 2조8000억원에 이른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지분 56.2%의 매각 금액만 1조5729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이 가격은 어피너티에게 부담이지만 전략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어피너티의 진짜 고민은 엑시트다. 롯데렌탈을 인수할 경우 SK렌터카를 포함해 시장 점유율 36%를 확보하며 지배적 사업자로 올라서지만 겸영금지 규정 탓에 두 회사를 따로 팔 수 없다. 엑시트 시점에 반드시 두 회사를 묶어서 매각해야만 하는데 이를 감당할 만한 원매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렌터카 사업은 금융 비즈니스 특성상 금리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자금 조달 비용이 사업 운영의 핵심인 만큼 높은 금리 상황에서는 잠재 원매자들의 인수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금리가 낮아져야만 인수 가능성이 커지는데 어피너티가 원하는 시점과 금리 하락이 맞물릴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피너티는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놓였다. 롯데렌탈 인수를 포기하면 시장 지배력을 잃고, 인수하면 높은 가격과 엑시트의 불확실성에 발이 묶인다. 특히 산 가격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상 이 거래는 더 큰 도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어피너티의 행보는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들의 선택이 성공적인 결말을 맺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어피너티의 렌터카 딜레마는 놓치면 전략이 무너지고, 잡으면 무게에 짓눌리는 지점에 서 있다. 전략적 승리와 구조적 딜레마 사이에서 어피너티의 고민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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