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는 지금]고관주 이랜드그룹 전무, 전략적 자본 재배치 박차외부 기관 통해 브랜드 가치 재평가 추진, 수수료율 상향 통해 지주사 수익 확대 기여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16 09:36:41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의 사업은 크게 패션 부문과 유통 부문, 미래 부문으로 나뉜다. 백화점 및 할인점 사업은 유통 부문에 포함된다면 '애슐리' 등 외식 사업을 영위하는 이랜드이츠는 미래부문으로 분류된다. 고물가 시대 가성비를 내세운 외식 사업이 두각을 나타내자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이랜드그룹의 주요 인사 배치에서도 이러한 전략이 드러난다. 지난해 7월 인사에서 고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랜드그룹의 새로운 재무책임자로 임명됐다. 부임 후 그룹 내 계열사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전략적으로 자본을 매치하는 미션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이랜드이츠는 새로운 CFO 체제에 발맞춰 재무 임원 중심으로 이사회를 정비했다. 그룹의 곳간지기인 고 CFO의 주도하에 그룹의 미래 사업인 외식 사업 확장과 동시에 재무 건전성도 끌어올리기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상표권 수수료율 상향 자신감 배경은
이랜드이츠는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와 상표권 계약을 맺고 매년 적정 수준의 이름값을 지불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순매출의 0.15%를 지급했다.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외형 확장에 속도가 붙자 2023년에는 순매출의 0.19%를 지급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애슐리'의 상표권 BI 수수료율을 0.8% 수준으로 대폭 상향하면서 지주사에 올리는 지급금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관주 CFO 선임 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지주사는 주요 계열사와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받는다. 상표권 사용으로 인한 매출 증가, 상표권 가치를 키우기 위한 마케팅 등의 역할은 지주사의 미션이다. 이 사용료는 받고 싶은 대로 혹은 주고 싶은 대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동종업계의 통상적 사용료율도 고려해야 하며 수취 회사와 지급 회사가 각각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적정 수준의 요율을 정하는 편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외부 감정평가 법인을 선정해 적정 사용료율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다. 이랜드그룹은 3년에 한 번씩 외부 기관을 통해 상표권 가치 감정 평가 및 브랜드 기여도를 평가한다. 지난해 말 평가 시기가 도래하면서 고관주 CFO중심으로 이랜드월드가 보유하고 있는 애슐리 브랜드의 가치를 재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슐리는 이랜드이츠가 사업을 하며 상표권을 사용하고 있고 그 댓가를 이랜드월드에 지급하는 구조다.
이랜드그룹은 2003년 3월 9900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의 문을 열었다. 현재는 애슐리퀸즈 중심으로 브랜드가 정리됐지만 한때는 '애슐리클래식', '애슐리W', '애슐리퀸즈'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다. 22년차를 맞은 중견 브랜드이자 이랜드 외식 사업의 핵심 콘텐츠다.
고 CFO는 애슐리 중심으로 이랜드이츠 사업 성장세가 지속되는 점에 주목했다. 코로나19 시기 부침이 있었지만 애슐리를 중심으로 HMR 상품의 판매를 점차 늘리면서 손실을 방어했다. 애슐리와 애슐리W·퀸즈 매장을 애슐리퀸즈로 통·폐합하는 등 경영효율성을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2년부터 안정적으로 이익을 쌓고 있다.
매출 성장률을 살펴보면 2021년 2008억원에서 2022년 2536억원으로 26% 증가했다. 2022년에서 2023년은 매출이 40% 증가하면서 3553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도 연간 매출 규모가 아직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2023년 대비 30~40%대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2025년 내부적으로 예상하고 있는 이랜드이츠의 매출은 6240억원 규모다.
◇3년간 평균 매출 성장률 30% 추정, 자본 재배치 및 재무 안정성 강화 '미션'
고 CFO는 이랜드이츠의 가파른 매출 성장률을 발판 삼아 지주사와의 상표권 계약 수수로율을 상향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애슐리는 순 매출의 0.19%를 이랜드 CI 수수료로 지급하고, 이랜드월드가 보유하고 있는 상품권인 애슐리의 BI 수수료로 0.3%를 지급했다. 매출이 4000억원을 넘을 경우 BI 수수료가 1%가 되는 계약구조였다. 2025년부터는 매출 기준 없이 애슐리 BI 수수료율을 0.8%로 대폭 상향했다. 애슐리의 높은 시장가치를 그룹사와 공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이 된다.
지주사로 유입되는 현금이 증가하면 그룹 내부에서 자금을 더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고 CFO는 부임 당시의 미션대로 그룹의 재무적 효율성과 전략적 방향성을 반영해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 CFO는 1992년 이랜드에 입사한 후 이랜드차이나와 그룹 CFO 등을 맡아 그룹의 안살림을 들여다본 인물이다. 그룹의 미래인 이랜드이츠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재무 안정성을 도모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후방지원 역할에 힘을 주고 있다.
곳간지기로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재무체력 키우기다. 이랜드이츠는 애슐리퀸즈의 신규 출점을 통한 확장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100% 직영점 체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본사 차원의 관리가 수월하지만 매장을 출점할 때 임차보증금과 임대료 등의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이랜드이츠이 부채 비율이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랜드이츠의 상반기 말 기준 부채 비율은 300%대다.
애슐리 확장 전략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 CFO는 2025년 이랜드이츠의 매출 목표 달성과 함께 재무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말 그룹의 비용을 관리하는 수익성을 관리하는 박위근 본부장이 복귀한 것도 궤를 함께한다. 고 CFO가 주도하고 재무 전문가들이 보좌하면서 외형뿐 아니라 내실 다지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브랜드 관련해서 3년마다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재평가에 있어서 매출에 대한 성장세, 기업의 헤리티지,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았다"며 "CFO실의 판단에 따라 성장세와 애슐리 브랜드의 헤리티지 등을 감안해서 상표권 수수료율을 상향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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