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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변화]신한금융, 백지화 된 '부회장제' 재추진 가능성은①진옥동 회장 '지주 슬림화' 경영 철학 반영…'그룹 시너지·비은행 강화' 도입 필요성 여전

최필우 기자공개 2025-01-31 14:57:36

[편집자주]

국내 재계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오너 위주로 경영승계 판도가 짜이지만 금융권은 사정이 다르다.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정해져 있어 권한 분산과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부회장, 부문장, 부사장 등으로 불리는 임원들은 현직 회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차기 CEO 후보로 꼽히곤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승계 프로그램은 지배구조 선진화 척도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현황과 최근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13시3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타이틀을 노릴 정도로 큰 외형을 갖췄지만 부회장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조용병 전 회장 임기 말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했으나 진옥동 회장 취임과 맞물려 백지화됐다. 지주를 슬림화하고 계열사 독립 경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진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그룹 일각에서는 부회장직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견해가 여전히 존재한다. 부회장이 '원신한' 키워드를 내세운 시너지 창출 전략을 주도할 수 있다. 증권, 카드,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역할을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 진 회장이 연임할 경우 승계 구도를 안정화하는 차원에서 조직 개편 여론이 다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회장제 논의 중단하고 지주 임원 '반토막'

신한금융은 지주사 출범 이후 부회장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현재 지주에는 전략부문 재무부문, 운영부문, 소비자보호부문 등 필수 기능만을 두고 있다. 진 회장을 보좌하는 지주 임원진도 부사장과 상무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작은 규모다.

*신한금융지주 조직도

가장 최근 부회장직 신설이 논의된 건 조 전 회장 임기 막바지였던 2022년 말이다. 조 전 회장은 연임을 앞두고 복수의 부회장을 두는 조직 개편을 시사했다. 지주 부회장단을 중심으로 계열사 관리를 강화하는 게 조 전 회장의 경영 구상이었다.

조 전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부회장직 신설은 없던 얘기가 됐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선택을 받은 진 회장은 조 전 회장의 구상과 다른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부회장단을 둬 지주 기능을 강화하는 것보다 슬림화를 통해 계열사의 독립적인 경영을 지원하는 게 낫다고 봤다. 부회장직이 신설되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지주 임원 숫자도 절반 가량 줄였다.

부회장직 필요성이 제기됐던 건 부회장을 통해 계열사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주요 경영 전략에 '원신한' 키워드를 적용하며 계열사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주 부회장이 복수의 계열사를 관리하고 CEO들의 협업을 유도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부회장제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한카드는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업계 최상위권을 다투는 계열사지만 신한라이프, 신한투자증권은 체급 격상이 필요한 곳으로 꼽힌다. 비은행 계열사 관리를 담당하는 부회장이 있으면 포트폴리오 균형을 고려한 지주 차원의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진옥동 회장, 취임 직후 도입 부담…연임시 검토 가능

진 회장이 취임 직후 부회장 제도를 도입하는 게 부담이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부회장제 도입이 거론될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진 회장은 다른 계열사 CEO와 함께 유력한 부회장 후보로 거론됐다. 그룹 안팎의 예상과 달리 회추위가 조 전 회장 연임이 아닌 진 회장 신규 선임을 택하면서 경영진 구도가 바뀌게 됐다. 진 회장이 부회장 후보군으로 함께 거론된 인사들을 지주 임원으로 기용하는 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에는 재검토 여지가 있다. 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해 2026년 3월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두 번째 임기를 보낼 때는 후계 구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등이 추후 지주에서 진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 동시에 후계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회장 제도에 연동된 회장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은행권 트렌드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리딩금융 라이벌 KB금융은 올해부터 부문장 제도를 도입해 회장 후보 육성 기능을 해 온 기존 부회장제 명맥을 이었다. 하나금융은 현직 회장과 부회장들로 숏리스트를 구성하고 승계 작업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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