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현대글로비스, 매년 남는 현금만 1조…9조 투자 '거뜬'[현대차]③CKD 매출 급증, 보유현금 역대 최대…2030년까지 연간 1조 이상 투자
고진영 기자공개 2025-01-31 08:16:46
[편집자주]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15시5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잘나가는 현대자동차그룹 완성차사업의 낙수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는 계열사로 꼽힌다. 팬데믹 시기엔 현대차·기아와 나란히 힘들었다가 이제 호시절을 같이 누리고 있다. 9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현금흐름상 여유는 충분해 보인다.지난해 9월 말 현대글로비스의 연결 현금성자산은 4조1988억원을 기록했다. 예금잔액 1조2000억원과 단기투자자산 1조8000억원, 약 1조2000억원의 단기금융상품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며 역대 최고 수준이다. 3년 전만해도 2조원대였는데 급격히 금고가 불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에서 유통과 물류, 해운을 담당하고 있다. 각각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9월 말 기준 48%, 35%, 18% 수준으로 유통이 절반을 지탱한다. 또 유통부문에선 CKD(Complete Knock)가 가장 큰 비중을 맡고 있다. 국내외 협력사에서 수급한 자동차부품을 현대차와 기아 등 계열사 해외공장에 납품하는 사업이다.

전체 매출의 약 70% 이상을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계열사에서 벌어들이기 때문에 사업 구조가 안정적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데다 장기공급계약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면서 동종업계 다른 회사들보다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특히 2021년부터 현대차그룹 완성차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 물동량이 늘면서 현대글로비스도 수혜를 그대로 누리고 있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가 3분기 말까지 CKD에서 낸 매출만 8조5718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7조9114억원)보다 6600억원 넘게 늘었다.
CKD사업의 호조는 해외 완성차 생상공장 가동률이 개선되고 고환율 기조로 득을 본 영향이 크다. CKD사업은 환율이 오르면 매입과 매출의 시차로 추가 이익을 얻는다. 게다가 현대글로비스는 원가구조상 고정비 부분이 적고 CAPEX(설비투자) 지출도 작은 편이라 버는대로 현금이 쌓이기 유리한 형태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1조1000억원, 2022년 1조5600억원, 2023년 2조2400억원 수준으로 매년 뛰었다. 이중 2023년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전년 대비 소폭 줄었는데도 영업현금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매출채권을 대거 회수해 현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모두 증가했지만 매입채무가 덩달아 4800억원 남짓 뛰면서 현금흐름을 방어할 수 있었다. 9월말 기준 영업현금 1조8113억원을 기록했다.
연 2조원 수준으로 성장한 영업현금 규모와 비교해 현대글로비스의 CAPEX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 2023년까지 5년간 지출한 CAPEX가 연평균 26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덕분에 배당을 준 뒤에도 2년 연속으로 조단위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할 수 있었다. 2022년 현대글로비스의 잉여현금은 1조722억원, 지난해는 1조7073억원에 달한다. 보유현금이 4조원대로 급증한 배경이다.

그런데 작년부턴 투자 부담이 급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월 말 기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취득에 8268억원을 썼다. 현대글로비스가 물류인프라 구축, 선대 확충 등을 위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년간 9조원을 쓰기로 한 탓이다. 전체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당분간 연 1조원을 넘는 CAPEX 지출이 예상된다.
다만 현금흐름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차입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투자 부담을 감당할 수있을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몇 년간 보유현금이 급증하면서 2023년 순현금 상태로 전환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4조548억원. 총차입금을 현금성 자산이 1439억원가량 웃돈다. 잉여현금이 충분한 만큼 딱히 외부조달을 늘릴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역시 CAPEX가 8000억원대로 급증했는데도 7500억원에 상당하는 잉여현금을 남겼다. 현대글로비스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20%), 현대차(4.88%), 현대차 정몽구 재단(4.46%) 등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한 2360억원을 제외한 기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계획과 관련해 "현대글로비스 내부에선 자체적으로 창출하는 현금 범위 내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유현금도 넉넉하기 때문에 별다른 일이 없으면 조달 없이도 여력이 부족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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