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1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그룹의 자산 구조조정이 초반을 지나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든 지금 사라진 사업들의 흔적은 꼭 한 번 되돌아볼 만하다. 사업 재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고 많은 이들이 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정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정리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확실히 '철' 혹은 '때'를 정리의 기준으로 삼은 듯하다. 베트남 몽중 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해 3분기까지 92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장기적 리스크를 고려해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연간 수십억원의 수익을 내던 파푸아뉴기니 중유발전 역시 같은 이유로 매각이 결정됐다.
전통과 상징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각각 1973년과 1979년 가동이 시작된 포항제철소 1제강·1선재공장을 떠나보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중국에서는 현지 사업의 핵심이자 유일한 제철소인 장자강포항불수강(PZSS)을 매각 대상으로 올려놨다.
주가를 떠받쳤던 '마법 같은' 자산들 역시 이차전지 시장의 수요 둔화 조짐에 따라 정리 대상이 됐다. 이차전지 음극재 코팅재인 피치를 생산하려던 피앤오케미칼 보유 지분을 신속히 정리했다. 구동모터코어 등을 생산하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도 매각 대상에 올려놓고 처리 방안을 조율 중이다.
이밖에 반도체 웨이퍼 절단 장비를 제조하는 아이티아이, 화유코발트와 추진하던 전구체 합작법인, 포스코퓨처엠의 구미 양극재 공장까지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구조조정이라는 단어 탓에 단순한 사업 철수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그룹의 전략·타이밍·산업 흐름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선택이다.
그렇다면 이제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자산을 정리해 여윳돈을 마련하는 대신 남겨둔 채 비용과 시간을 감내하는 쪽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적자에도 램프업 중인 포스코아르헨티나 등 광물 법인, 네 번의 실패에도 다시 도전하는 인도 제철소, 화재 이후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수소환원제철 등이 그 예다.
최근 한 철강업계 전문가는 "우리 철강사들은 가진 게 너무 많아 일단 손에 쥔 걸 놔야 한다. 그것으로도 변화의 7할은 이뤄진 셈이고 새롭게 집중할 분야를 얼마나 확실히 가져가느냐가 그 다음 핵심"이라고 했다.
작년 7월 이후, 포스코그룹이 정리한 자산 규모는 6600억원을 넘었다. 만일 "불황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고민하는 기업이 있다면 포스코그룹이 무엇을 내려 놓았고 무엇을 쥐고 있는지가 하나의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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