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5월 31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혼자하는 짝사랑보다 더 힘든 게 있다. 고백을 했는데 'NO'인지 'YES'인지 말해주지 않고 상대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일 때다. 고백한 사람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품고 살얼음을 걷는 듯 상대방을 대하게 된다. 이를 두고 '희망 고문'이라고 한다.
희망 고문의 가장 큰 문제는 우유부단한 그 사람 때문에 상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NO'라고 이야기 한다면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고 - 얼마간은 힘들겠지만 - 다른 사랑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 물론 희망 고문의 비극적 결말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상처를 더 키우기도 한다.
최근 법정관리 신청을 한 동양건설이 채권단과 삼부토건을 대하는 태도가 딱 이렇다. 법정관리로 갈 것인지, 아니면 철회할 것인지 그리고 담보를 더 내놓을건지 아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고문하고 있다.
대주단들은 동양건설의 희망적인 제스쳐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동양건설의 법정관리를 염두에 두고 삼부토건과 협상을 하고 있기는 하나 한편에서는 추가 담보 제시에 대해 계속해서 압박과 회유를 하고 있다. 최윤신 회장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와중에 한편에서는 협상이 꼬여 가고 있다. 동양건설의 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끼게 되면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삼부토건과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을, 신한은행은 헌인마을 PF 대주단을 탓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부토건과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에 동양건설 대출을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동양건설이 법정관리를 철회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표명도 없고 추가 담보 제시도 없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삼부토건과 헌인마을 대주단에 일단 해당 PF를 해결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삼부토건은 동양건설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약속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과 삼부토건의 줄다리기도 꼬였다.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 때마다 동양건설을 무기로 서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사회적 책임을 하지 못한다는 질타를 받고 있고 우리은행은 삼부토건과의 구체적인 협상 기회를 잃고 있는 셈이다.
동양건설의 입장도 이해가 가기는 한다. 재무 상황을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인 게 맞다. 하지만 최윤신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감안하면 분명 건설을 살릴 수 있다. 물론 건설 회생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면 다른 문제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어떠한 판단을 했더라도 그 결정을 이해 관계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시간 끌기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 역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간 끌기가 다른 이해 관계자들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며 사회적 비용을 높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헌인마을 후순위 개인 투자자들은 무이자라는 조건(만기연장시)을 받아들일 분위기고 법원은 이례적으로 법정관리 개시를 연기해주면서 협상 여지를 줬다. 이렇게까지 배려를 받은 동양건설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이해 관계자들의 허탈함과 상처는 클 것 같다.
사실 이것 저것 따져보면 법정관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잘 마치고 혹 정상기업으로 복귀했을 때 금융시장의 동양건설에 대한 거부감은 떨치기 힘들 것 같다. 희망고문을 당한 쪽은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상처와 미움의 감정을 더 키워 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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