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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C형 VC 톺아보기]"회사는 플랫폼" 위벤처스의 ‘숍인숍’ 운영방식②파트너 심사역, 펀딩 투자·책임성과 향유…미국 보편적 VC 운영방식과 가장 흡사

최윤신 기자공개 2024-04-12 07:20:23

[편집자주]

2005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의 등장은 변곡점이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없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독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시작으로 LLC형 하우스가 생겨났고, 2016년 모태펀드에서 마이크로 VC 계정을 신설하며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는 LLC 특성상 필연적으로 펀딩에 어려움을 겪지만 내공을 쌓으며 수천억원 규모까지 AUM(운용자산)을 불린 곳들도 있다. 더벨은 업력 5년 이상, AUM 1000억원 이상의 LLC형 VC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과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1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LLC형 VC 제도가 도입된 건 벤처 생태계 발전을 위해선 심사역의 역량을 중심으로 출자자의 출자판단이 이뤄질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VC들이 대부분 LLC형태로 운영된다는 데서 착안해 LLC형 VC의 도입이 이뤄졌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 대다수의 LLC형 VC는 실질적으로 기존 주식회사형태의 벤처투자회사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법인의 형태만 다를 뿐 주식회사와 큰 차이가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립 자본금 제한이 낮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주식회사 형태와 큰 차이가 없단 게 업계의 인식이다.

와중에 2019년 설립돼 빠르게 성장한 위벤처스는 미국의 보편적 VC와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파트너들이 필요에 따라 뭉쳐 펀드 결성을 주도하고, 펀드 결성 이후 책임운용하는 구조다. 펀드에서 발생한 성과보수와 관리보수를 대부분 나눠갖는다.

사실상 각 펀드가 위벤처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각각의 VC처럼 운영되는 셈이다. VC업계에선 이런 운영방식이 위벤처스가 베테랑 심사역들을 모으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VC가 GP맡는 한국, SPC 세우는 미국

미국의 VC와 현재 국내 LLC형 VC의 구조상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업무집행조합원(GP)을 맡는지에 있다. 미국에선 LLC형태의 벤처캐피탈회사를 설립하고, 펀드를 모집할 때는 LLC혹은 LLP(Limited Liability Partnership) 형태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펀드를 만드는 파트너는 SPC에 출자하고, SPC는 이 돈을 다시 펀드에 출자하는 구조다. SPC가 GP가 되고 출자한 파트너 심사역이 펀드를 운용한다. 하나의 SPC는 하나의 펀드의 GP이고, SPC에 출자한 파트너들이 해당펀드의 투자활동을 담당한다. 이 파트너들은 GP로서 성과보수와 운용보수를 대부분 가져간다.

미국 벤처캐피탈 펀드의 기본 구조. 그림=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와 달리 국내에선 LLC형 VC라고 하더라도 ‘벤처캐피탈회사’가 펀드의 GP를 맡는다. 하우스가 하나의 펀드를 운영하는 게 아닌 이상 펀드 결성과 운용에서 기존의 벤처투자회사와 다를 게 없다. 회사가 가진 다수의 펀드를 다수의 심사역이 함께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P들의 출자 판단도 자연스레 심사역이 아닌 회사에 초점이 맞춰진다.

파트너들의 이익배분도 마찬가지다. 통상 유한회사는 출자지분에 따라 이익을 배분하지만 다수의 펀드 운용성과가 섞이다보니 이런 방식의 배분이 쉽지 않다. 때문에 기여도를 평가해 보수를 책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벤처투자회사와 크게 다를 게 없게 된다.

LLC형 VC가 당초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는 제도의 차이 때문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SPC를 설립하고 GP를 만드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 이중과세 등의 문제가 발생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위벤처스는 독자적인 하우스 운영방식을 적용해 미국의 보편적 VC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었다. 펀드 결성단계부터 성격에 맞는 파트너들이 콘테스트 참여와 매칭LP 탐색 등을 모두 맡는다. 결성 이후에는 파트너들이 핵심운용인력을 맡아 해당 펀드의 투자 의사결정을 맡는다. 관리·성과보수 배분도 펀드별로 구분한다.

◇운영방식 공감한 베테랑 심사역 총 집결

하태훈 대표는 위벤처스를 설립하며 이런 운영방식으로 차별화를 도모했다. 심사역들이 시니어가 되면 독립에 대한 고민과 마주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독립을 하지 않아도 강력한 동기부여와 책임감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런 운영구조를 만들어냈다.

실제 파트너 심사역 대다수가 이같은 하 대표의 하우스 운영 철학에 공감해 위벤처스로의 합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위벤처스에는 하태훈 대표를 포함해 6명의 파트너 심사역이 존재한다. 이들은 각각이 독립계 VC를 꾸릴 수 있을 정도의 경험과 능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하태훈 대표는 약 20년 경력의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VC업계에 발을 들여 한솔창업투자, 센츄리올기술투자, LB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치며 스타 심사역으로 성장했다. 위벤처스 설립 이전엔 DSC인베스트먼트의 설립멤버로 참여해 투자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경이적인 수익률을 낸 반도체 설계기업 실리콘웍스를 비롯해 다양한 기술기업의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위벤처스의 첫 펀드인 ‘WE 지방기업육성펀드1호’, 스마트WE초기기업펀드1호, WE일자리펀드1호, 스마트AP-WE언택트펀드1호 등에서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



초기엔 하 대표와 함께 LB인베스트먼트에서 근무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모였다. 설립멤버인 박정근 부사장은 LG화학 엔지니어 출신으로 LB인베스트먼트, 퀀텀벤처스코리아에서 초기투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덱스터스튜디오, 마인즈랩, 청담글로벌 등을 초기에 발굴했다.

위벤처스에선 다수의 펀드의 핵심운용인력으로 참여하다가 2022년 설립된 위청년메이트펀드 1호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았다. 이 펀드의 규모는 753억원으로 위벤처스가 현재 결성한 펀드 중 가장 큰 규모다.

2019년 11월 합류한 김소희 상무 역시 LB인베스트먼트 출신이다. 대학교 졸업 이후 창업을 했다가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신기술발굴과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이후 VC업계로 들어와서는 무신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딥노이드, 제이시스메디칼 등을 발굴 투자했다.

이후엔 몰려드는 파트너급 심사역의 출신이 더 다양해졌다. 김 상무와 비슷한 시기 합류한 전진원 부사장은 삼성전자, 삼성벤처투자 출신으로 시스템 반도체와 인공지능(AI)등 국내외 딥테크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다.

퀄리타스반도체에 투자해 지난해 멀티플 15.6배로 회수하는 성과를 내면서 '2024 한국벤처캐피탈대상'에서 Best Investment Deal(중진 부문) 상을 수상했다. 2020년말 설립한 WE-DA 시스템반도체 1·2호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아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가온칩스 등에 투자했고, 지난해 3년만에 조기청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한국벤처투자, 포스코기술투자 등을 거친 이지찬 상무가 파트너로 합류했다. 한국벤처투자에서 LP지분유동화를 기획했던 인물이다. 2022년 만든 510억원 규모의 LP지분유동화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았다. 이 펀드는 결성 1년만에 68억원을 배분하는 등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건 소부장 투자 전문으로 꼽히는 김규현 상무다.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근무하다가 2010년 포스코기술투자에서 VC업계에 입문한 베테랑 심사역이다. 웰컴캐피탈에서 LP 역할도 경험했으며 위벤처스 합류 이전엔 LF인베스트먼트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했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기업은 미국 핀테크 기업인 소셜파이낸스와 L&C바이오, 원진, 이피캠텍 등이다.

김 상무는 현재 위벤처스가 모태펀드 출자금을 토대로 결성을 추진중인 펀드에 핵심운용인력으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위벤처스는 최근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스케일업 분야 운용사로 선정됐다. 모태펀드로부터 250억원을 출자받아 625억원 이상의 펀드 결성에 나선다. 대표펀드매니저는 하태훈 대표가 맡는다.

심사역 외에 관리역이 파트너를 맡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위벤처스 설립 멤버로 펀드레이징을 담당하는 채종민 이사도 파트너다. 펀드레이징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만큼 결성하는 펀드가 많아질수록 보상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다.

VC업계 관계자는 “2019년 설립된 위벤처스에 베테랑 파트너심사역들이 모여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하우스 운영방식의 영향이 크다”며 “파트너 심사역 입장에선 독립 VC를 설립한 것 만큼 자유롭게 투자활동을 펼칠 수 있고, 성과에 걸맞은 보수를 수령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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