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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태동 20년]활황기 맞은 사모펀드 시장, GP와 LP 동반 성장②PE 도입 20년 만에 GP 2곳→415곳으로, 국내 연기금 'LP풀'로 성장

김지효 기자공개 2024-05-14 07:17:50

[편집자주]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사모펀드(PEF) 제도가 도입된 후 20년이 지났다. 국내 M&A 시장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PE의 등장으로 인해 양적·질적으로 성숙한 시장으로 변모했다. PE가 기록한 약정액만 140조원에 달할 만큼 이제 국내 자본시장은 PE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더벨은 사모펀드 제도 도입 20주년을 맞아 PE의 성장기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6: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프라이빗 에퀴티(Private Equity)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약 10년 사이 성장기를 맞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PE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로 작용한 덕분이다.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투법)이 개정된 직후에는 대체투자 경험이 전무했던 국내 연기금들도 국내외 PE에 투자를 늘려가면서 대체투자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투자 회수 또한 본격화되면서 LP들이 다시 펀드에 출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에 GP들의 펀드레이징 규모와 LP들의 출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 결과 2004년 2개에 불과했던 사모투자펀드(PEF)는 2022년 말 기준 1098개까지 증가한다. PE의 신규 자금모집 금액은 꾸준히 증가했고 2018년 이후 해마다 15조원 이상을 모았다. 특히 2021년에는 유례없는 금리와 주식시장 활황을 맞이하며 PE 도입 이후 최고 금액인 23조5000억원을 모으기도 했다.

◇20년 만에 GP 2곳에서 415곳으로 증가, 단일 펀드사이즈도 커져

간투법 개정 이후 2010년 초반까지는 바이아웃 성공사례가 많지 않았다. 제도 도입 이후 약 10년 가량이 지났지만 바이아웃에 도전하는 PE들을 믿고 자금을 맡기는 출자자를 찾기 어려웠다. PE들도 공수가 배로 많이 드는 바이아웃보다 소수지분 투자에 힘을 쏟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13년 IMM PE의 할리스커피 인수를 기점으로 PE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소수지분 투자에서 기업가치 제고의 한계를 느낀 GP들은 바이아웃 투자를 늘려갔고, 약 10년간 국내 PE의 성장을 지켜본 LP들도 PE들의 바이아웃에 베팅했다.

여기에 낮은 금리, 풍부한 유동성이 더해지면서 PE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게 된다.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시장의 활황이 이어지면서 살 때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투자금 회수 실적이 쌓였고, 이는 LP들이 펀드에 재출자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PE가 인수한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계속 높아졌고 회수 시장의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펀드 규모도 커졌다. 펀드의 실질적 투자기간도 짧아지면서 GP들의 펀드레이징 텀도 짧아졌다. GP들이 모은 자금을 빠르게 투자하고 다시 자금 모집에 나서면서 운용사들의 자산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그 결과 GP는 2004년 단 2곳에서 2015년 167곳, 2022년 415곳까지 증가했다. 2015년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GP 설립이 용이해짐에 따라 소형 GP도 증가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2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과 3인 이상의 전문인력만 있으면 GP 등록이 가능했다. 소규모 전업 GP의 시장 진입이 늘면서 1000억원 미만의 소형 프로젝트 펀드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1000억원 미만의 소형 펀드 비중은 2015년 60%에서 2022년 70%까지 늘었다.

대형사들은 덩치를 더 키워나갔다. 2022년 말 약정액 기준으로 상위 20개 GP가 전체 약정액의 50%를 점유했다. 특히 상위 10곳의 점유율은 37%에 이르렀다. 약정액 기준 국내 최대 PE는 한앤컴퍼니로 11조원, MBK파트너스는 1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단일 블라인드 펀드 사이즈도 커졌다. 지난해부터 MBK파트너스는 70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6호 블라인드펀드를, 한앤컴퍼니는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펀드를 모으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초 2조원대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마무리했으며, UCK파트너스도 1조원대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 IMM인베스트먼트도 2조원대 펀드를 만들기 위한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LP의 질적·양적 성장, 국민연금 대체투자 비중 '1%→16%'

GP들의 질적, 양적 성장은 국내 LP들의 성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간투법 개정으로 국내 PE들이 등장했지만 여기에 출자하는 LP들도 PE 투자 경험이 없었다. 국민연금도 1988년 출범했지만 그간 국내 채권과 같은 전통자산을 중심으로 투자해왔기에 대체투자는 생소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IMF 이후 외국 자본에 대항하기 위한 토종자본의 성장에 국내 연기금들이 참여는 필수적이었다.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국내 연기금의 투자여부가 국내 PEF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출자사업을 시작한 첫 타자는 국내 연기금 ‘맏형’인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은 2002년 벤처투자에 75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대체투자에 물꼬를 튼다. 2003년에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4곳을 선정해 1200억원을 투자한다. 간투법 개정 이듬해인 2005년에는 첫 PEF 출자에도 나선다. 당시 첫 GP로 선정된 곳은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와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2곳이었다. 이들은 총 3500억원을 출자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국민연금은 2007년에는 규모를 3배 가까이 키운 9000억원 출자를 단행하는 등 점차 PEF 출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졌다. 2006년에는 1.1%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5.8%, 2014년에는 9.9%까지 증가했다. 올해 2월 기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6%까지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대체투자 자산에서 사모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2.9%, 금액은 70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미지 출처=국민연금.

국민연금을 필두로 국내 연기금들이 해외 PE 투자에도 나서기 시작하면서 질적으로도 성장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2005년 블랙스톤과 KKR에 각각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이듬해 배인캐피탈, TPG 등에 투자한다. 해외 GP와 교류를 통해 국민연금은 당시에는 상당히 앞서있던 글로벌 PEF 시장을 경험하게 됐고 이는 국내 운용사들에게 전파된다.

글로벌 GP들을 경험하며 높아진 LP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국내 GP들도 투자전략 다변화, 투자 성과 등을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국내 LP들과 GP들은 함께 성장하게 된다. 국민연금 이외에도 우정사업본부, 군인공제회, 사학연금, 교원공제회,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공제 등도 PEF 출자자로 참여했다. 2010년을 전후로 연기금들이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에 나서면서 국내 연기금들은 PE 시장을 이끄는 핵심 LP풀로 자리잡는다.

10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연기금들은 앞다퉈 대체투자를 늘리기 시작한다.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자산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체투자로 눈을 돌렸다. 여기에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벌어진 대규모 양적 완화에 연기금들은 대체투자 확대기조를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별로 리그를 나눠 출자사업을 진행하며 중형, 소형을 위한 리그도 열리게 된다. 국민연금이 2000년대 후반 진행한 단발성 루키리그를 시작으로, 2016년 산업은행이 PE·VC 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에 국내 최초로 리그 제도를 도입하면서 소형·루키 운용사의 출자사업 참여의 길을 열어줬다. 다만 최근 2년 사이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자금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에 루키리그는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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