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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달라진 지배구조 재편 코드, 밸류업 '정조준'GS리테일-파르나스호텔 분할 '긍정적 신호'…오너가 중심 개편 관행 '옛말'

양정우 기자공개 2024-06-11 07:28:3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지배구조 재편 카드의 쓰임새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인적분할 등은 오너가의 지배력 확대 수순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뒤따랐으나 이제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밸류 재평가를 위한 시도에 활용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들 재편 과정에서 컨설팅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비즈니스의 한 축인 데다 이렇게 기업과 빅픽처를 공유하는 업무는 직간접적 실익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GS리테일 인적분할 발표 '주가 껑충'…가치 제고 진정성 '시장 인정'

GS리테일은 최근 호텔부문인 파르나스호텔의 인적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분할 비율은 0.81(GS리테일)대0.19(가칭 파르나스홀딩스)다. 분할기일은 오는 12월26일, 신설 법인인 파르나스홀딩스의 재상장일은 내년 1월16일이다.

눈에 띄는 건 GS리테일 주가의 이례적 행보다. 인적분할 공시에 따라 주가가 15% 가까이 껑충 뛰었다. 편의점 사업을 벌이는 상장사는 주가 흐름이 드라마틱하지 않다. 줄곧 하향세를 걷던 주가가 반등한 것도 고무적이지만 급등을 달성한 건 기업가치의 변화가 두드러질 이벤트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본래 분할과 합병이라는 지배구조 재편은 오랫동안 국내 시장에서 부정적 신호로 인식돼왔다. '자사주 마법'으로 불리는 지주사 전환이 대표적이다. 자사주를 대거 확보한 존속법인이 인적분할에 나선 후 공개매수, 주식스왑을 통해 신설법인에 대한 지분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가 제도 개선 입법을 예고하면서 자사주 마법은 앞으로 금지되지만 지배구조 개편이 오너가 중심의 이벤트라는 인식은 아직 남아있다.

물적분할과 자회사 기업공개(IPO)라는 수순도 개미투자자 입장에서 경계 일순위다. 핵심 비즈니스를 물적분할로 떼어낸 뒤 다시 상장에 나서 기업가치의 더블 카운팅 이슈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모회사는 필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기에 결국 영속적 집권이 전제돼있는 오너가를 위한 선택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GS리테일의 인적분할은 오너가를 위한 카드로 읽히지 않는다. 이번 분할과 동시에 오히려 자사주 127만9666주(약 1.2%)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 지주사 전환이 아닌 사업구조 효율화와 주주가치 제고가 진정한 의도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사업이 업계 매출 규모 1위에 올랐으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BGF리테일을 하회하고 있다. 이런 차이의 배경을 복잡한 사업구조 탓으로 진단했고 파르나스호텔 사업을 떼어내면 시장의 재평가가 수반될 것으로 여겼다. 결과적으로 GS리테일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디앤디-이터닉스 분할 '재평가 성공'…소액주주 이해관계 일치 '중요'

GS리테일의 인적분할 전부터 지배구조 재편의 코드가 바뀌고 있는 기류가 감지돼 왔다. SK디앤디도 부동산 기업(존속법인)이라는 틀에 억눌려왔던 신재생에너지 파트(신설법인)를 부각시키고자 SK이터닉스의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역시 다른 의도가 뒷배경에 깔린 게 아니라 오로지 시장의 재평가를 위한 시도였다.

그 결과 SK이터닉스는 재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직행했다. 코스피에 상장한 국내 그룹 계열사로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기록이다. GS리테일의 인적분할 과정이 마무리된 후 파르나스홀딩스가 SK이터닉스처럼 상승 랠리를 벌이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들 지배구조 개편이 시장에 긍정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벤트라는 건 분명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시장의 환호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며 "경영진(오너가)과 주주(소액주주) 간 대리인 문제를 야기했던 과거 구조와는 정반대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재평가를 통한 밸류업을 유도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소액주주와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행보의 중요성을 인식해나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단행한 계열사 공개매수도 이런 트렌드 흐름과 같은 선상에 있는 결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대홈쇼핑 지분의 공개매수를 결정하면서 서프라이즈라는 호평까지 받았다. 20%나 할증된 공개매수가에 의무 취득 요건(5%)을 훨씬 웃돈 25%를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역시 곧바로 주가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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