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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투자전문 VC 줌인]CJ 초대 영화총괄이 세운 쏠레어, '1000만 5편' 비결은①8년차 영화투자 강호, 238건 투자…투심위 핵심은 데이터 분석 기반 '흥행성'

구혜린 기자공개 2024-06-17 08:12:36

[편집자주]

문화 콘텐츠 투자는 VC 리그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투자로 꼽힌다. '재미'라는 감각에 좌우되다 보니 흥행성을 정량적으로 예측, 평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설립 8년차 VC 쏠레어파트너스는 이런 의구심을 걷어내며 뚝심있게 영화 투자를 이어온 하우스다. 최근 역외펀드 조성, 모회사 케이엔터홀딩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등 글로벌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쏠레어파트너스의 성장 히스토리, 투자 전략, 사업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극한직업', '기생충', '범죄도시2', '서울의 봄', '파묘'. 2016년 이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10편 중 5편이다. 국내 인구의 5분의 1이 본 영화는 그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팬데믹이 확산된 2020년과 2021년엔 전무했다. 매년 수백 편의 영화가 개봉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영화를 선택해 제작비를 댔다는 점은 엄청난 기량이다.

문화콘텐츠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VC)인 '쏠레어파트너스'의 얘기다. 쏠레어파트너스는 2017년 출범 이후 이들 다섯 편의 영화에 베팅해 '잭팟'을 터뜨린 하우스다. 영화 투자 전문을 표방한 VC 중에서도 막강한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배경엔 영화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12년여간 2000편의 한국영화 프로젝트 성과 데이터를 모집하고 분석한 집요함이 숨어있다.

◇VC통 아닌 영화산업 전문가들의 '의기투합'

쏠레어파트너스는 2017년 최평호 대표가 설립한 유한책임회사(LLC)형 VC다. 하우스의 전신은 2016년 2월 설립된 쏠레어인베스트먼트다. 쏠레어인베스트먼트는 코스닥 상장사 제이스테판이 지분 95%를 지닌 일종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이었다. 전문 심사역들이 모여 야심 차게 출범했으나, 1년여 만에 모회사가 회계감사 이슈로 상장폐지 위기를 겪자 최 대표가 독립을 결정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영화 투자' 한 길을 걸었다. 쏠레어파트너스는 총 12개 펀드를 결성했으며 누적 운용자산(AUM)은 15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약 90%의 재원이 한국영화 투자에 쓰였으며 10%만 기업 투자로 배정됐다. 한국영화 인덱스펀드, 컬처플러스펀드, 메인영화펀드, 스케일업펀드 등으로 작년 말 기준 총 238건의 영화 프로젝트 투자가 집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창업 멤버가 'VC통'이 아닌 영화 산업에 몸담았던 이들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CJ ENM(옛 CJ엔터테인먼트) 초대 영화사업 총괄본부장을 역임한 최평호 대표는 오늘날 CJ 영화사업의 기틀을 잡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영화 배급, 제작사인 싸이더스FNH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공동 창업자인 이영재 부사장 역시 싸이더스FNH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영화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다.

영화를 업으로 삼은 경력을 바탕으로 '상업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내린다. 쏠레어파트너스는 '장르에 충실한 영화', '이견 없이 재미있다고 할 만한 영화'에 투자하는 걸 중시한다. 영화 투자사의 수익성은 개봉 영화의 관객 동원 실적에 의해 좌우되므로 이는 당연한 얘기이나, 창업자인 최평호 대표가 지닌 '운용사가 원금을 까먹는 것은 죄악'이란 철학을 토대로 확고히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화려한 트랙레코드를 자랑하게 됐다. 하우스 출범 이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총 10편, 쏠레어파트너스는 이 중 5편의 트랙레코드를 확보했다. 꼭 1000만이 아니어도 9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엑시트' 등 히트작이 상당하다. 통상 투자사의 몫은 극장 매출액에서 부가세와 영화발전기금, 배급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제하고 계산돼 동원 관객수가 많을수록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


◇7년간 데이터 수집 발품, 예측 시스템 갖춰

쏠레어파트너스는 상업성을 무슨 기준으로 평가할까. 최평호 대표를 포함해 소속 심사역은 평균 하루 세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검토한다. 배급사, 감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하우스에 흘러들어온 시나리오다. 대략 연간 700여편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쏠레어파트너스의 손에 놓여지고 이들 중 일부가 투자심사위원회로 올라간다.

의사결정 배경엔 방대한 데이터가 있다. 쏠레어파트너스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12년 간 2000여개의 한국영화 프로젝트 데이터를 모아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영화 배급사 등을 항시 방문해 발품을 팔아 수집한 데이터다. 여기엔 △시나리오 △연출자 △배우 성향 △장르 △사회이슈 등 영화 한 편의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와 프로젝트 결과값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모든 변수가 고르게 좋을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의 질이다. 감독의 경력이 미미하더라도 시나리오가 뛰어나다면 쏠레어파트너스는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 대표적인 작품은 지난해 개봉한 미스터리극 '잠'이다. 잠은 유재선 감독의 장편 입봉작이다. 재무적투자자(FI)로 잠에 최대 규모로 투자한 쏠레어파트너스는 극 구성 수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개봉을 지원했다.

쏠레어파트너스는 장기간 수집한 데이터를 '흥행성 예측 시스템'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데시보드 형태로 일종의 툴(tool)을 만들어 의사결정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감'이 아닌 데이터 기반 콘텐츠 투자를 실현했단 점에서 출자자(LP)들의 호응을 얻을 전망이다. 이영재 쏠레어파트너스 부대표는 "중리스크-중리턴에 초점을 맞춰 데이터 기반 전략적 의사결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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